[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전차강국 폴란드, K2에 관심..獨·佛 견제, 군수지원이 수출 관건

<67> 국산 전차, 유럽시장 개척하나  

지난 9월 일산 킨덱스에서 열린 ‘2018 DX 코리아’ 행사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 K2전차 수출형. 사막형 도색에 보조발전 기능, 능동방어장치 등을 장착한 이 전차에 폴란드가 관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국방일보

국산 K2흑표전차가 과연 유럽에 수출될 수 있을까. 폴란드 군사전문 매체인 ‘디펜스24’의 보도가 국내에 소개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기 전차를 개발하려는 폴란드가 한국 K2전차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어떤 형태의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협상이 잘 풀려도 앞으로 적어도 5~6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변수가 많고 시간이 걸려도 이 건이 성사된다면 반사이익이 크다. 전차 개발과 생산·운용의 숨은 강자인 폴란드와 이런 얘기가 오간다는 것 자체부터 의미가 있다.

차기 전차 공동개발 파트너로 거론

양국 관계자 접촉..수차례 의중 타진

업체간 논의는 내년부터 재개될 듯

현지 언론 “2023년께 생산” 보도도



◇K2전차 폴란드 수출 어떤 단계인가=폴란드 언론의 보도는 매우 구체적이다. 차세대 전차 개발을 위해 한국의 현대로템사와 제휴했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제품 제작에 착수해 오는 2023년부터 생산한다는 게 골자다. 개발방식은 한국 기술을 전수받아 알타이(Altai)전차를 개발한 터키 모델과 면허생산이 거론된다. 어떤 경우는 폴란드 자체 생산과 부품 사용이 원칙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K2전차를 기반으로 한국과 폴란드의 차기 전차 공동개발까지 논의되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결합된 파워팩은 독일제가 유력하다. 보도가 나간 후 폴란드 현지 반응은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은 초기 단계=과연 폴란드 언론의 보도는 얼마나 정확할까. 논의가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앞서나갔다. 수차례 만나 의중을 타진했을 뿐이다. 업체 간 논의는 내년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관계당국과 업체에 따르면 수출입상담의 첫 단계인 자료요청(RFI·Request For Information) 직전 수준이다. 협상이 극초기 단계여서 협력방식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도 없다. 다만 K2전차의 차체에 대해 관심은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는 영국의 자주포(AS 90) 기술을 수입해 한국산 K9자주포의 차체와 결합한 신형 자주포(Krab)를 생산하고 있다. K9자주포 차체의 우수한 성능과 후속 군수지원이 한국산 무기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폴란드 외 수출상담 더 있다=폴란드 언론의 보도에 대해 관계당국과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보안을 강조하는 무기 수출입 상담의 초기 단계에서 보도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현지 언론의 보도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폴란드의 의중이 담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의 요구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2019년이 K2전차의 미래를 결정할 분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수요는 한정된 가운데 수출시장이 열릴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만에 대한 수출 성사 여부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결판난다. 미국제 M60A3전차 73대를 교체하려는 오만은 2017년 독일제 레오파드Ⅱ 전차와 미국제 M1A2전차의 최신형을 테스트한 데 이어 올해 여름 국산 K2전차와 K2전차의 기술로 터키가 제작한 알타이전차의 성능을 사막에서 시험했다. K2전차가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국산 전차 완성품 최초 수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상담이 진행되는 나라는 오만과 폴란드뿐 아니라 두 나라가 더 있다.

◇수출 기폭제 될 폴란드 전차 시장=초기 단계지만 폴란드와의 수출상담은 큰 의미를 갖는다. 폴란드는 전차를 개발해 양산하고 운용한 전통적인 전차강국이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이 1만6,200달러로 우리보다 낮지만 실질구매력 기준으로 3만달러를 상회해 경제력까지 갖추고 있다. 육군 병력이 7만7,000명 남짓해도 전력은 막강하다. 전차가 1,010량, 각종 장갑차가 3,110량, 헬리콥터가 250여대에 이른다. 한국군보다 훨씬 기계화한 군대다. 전차 보유량으로만 따지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대 군사강국인 프랑스(르클레어 406량), 영국(챌린저Ⅱ 227량), 독일(레오파드ⅡA5·A6·A7 250량)을 합친 수량보다도 많다.
폴란드가 옛소련의 면허를 사들여 국내 제작한 T-72M1전차. 폴란드 기갑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전차 일부의 교체가 추진되며 국산 K2전차도 후보군에 올랐다.

문제는 장비가 노후해지기 시작했다는 점. 폴란드 육군의 전차는 독일제 레오파드ⅡA4 142량(신형으로 개량 중), 레오파드ⅡA5 105량, 소련제를 국내 면허 생산한 T-72M1 584량, T-72전차에 서방의 기술을 접목한 PL-91 232량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 육군 기준으로는 전부 신형에 해당하지만 서방 기준으로는 구형인 T-72M1이 교체 대상이다. 다만 T-72M1 전부가 교체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용으로 비축된 상당량을 제외하고 현역에서 운용하는 T-72 계열의 교체가 유력하다. 1개 기갑사단과 3개 기계화보병사단 등 4개 사단 예하의 11개 전차대대 중 3개 전차대대가 T-72M1을 굴리고 있다. 최소 150대 교체(폴란드 전차대대는 4각 편제)를 추진 중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오만 이어 2개국 등 속속 수출 상담

성사땐 국산전차 기술력 세계가 인정

러 위협에 유럽 각국 신형 개발 각축

300여대 그친 흑표 양산 물량도 과제



◇수출 성공은 국산 전차 기술력 인정=수출 기대 물량도 오만의 두 배 이상이지만 수출이 성사되면 옛동구권의 전차생산 선진국에도 국내 기술이 통한다는 의미가 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자체적으로 전차를 생산한 폴란드는 1970년대부터 국내 생산 전차를 수출한 경험이 있다. 면허 생산한 T-72M1전차는 소련제 오리지널보다 신뢰성이 높다는 평판을 받아 헝가리와 조지아·이란·이라크 등에 팔려 나갔다. 인도의 T72전차 개량사업도 폴란드 기술로 진행됐다. PT-91전차는 2007년 말레이시아 육군 차기 전차 51대(구난차 3대 포함) 수주 경쟁에서 한국산 K1전차에 패배를 안겼다. 인도 육군의 구난전차도 이 전차의 파생형으로 수출이 내수보다 많다. 콘셉트 전차로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폴란드가 2013년 선보인 PL-01전차는 세계 유일의 스텔스 전차로 주목받았다.
폴란드가 개발한 PL-01 전차. 양산단계에 이르지 못한 콘셉트 전차로 모형만 제작됐으나 폴란드의 전차 설계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차다. 전차 생산 선진국인 폴란드와 국산 K2흑표전차 수출이 논의된다는 점 자체가 국내 기술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난관 수없이 많아=전차 선진국 폴란드가 차기 전차 후보에 한국제를 포함했다는 점 자체가 주목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난관도 많다. 성과가 나오려면 협상이 빨리 진행돼도 5~6년은 족히 걸린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경쟁국들의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 한국제 K2전차와의 제휴설이 돌기 시작한 지난달 하순께부터 독일과 프랑스가 폴란드에 새로운 제의를 내놓았다. 차기 유럽주력전차(X-EMBT) 개발에 폴란드를 참여시키고 생산 일부까지 맡기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독일은 차기 전차를 본격 개발하기에 앞서 프랑스 르클레어 전차 포탑과 독일 레오파드ⅡA7의 차체를 결합한 전차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신형 전차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러시아가 새로운 개념의 신형전차 T-14 아르마타를 2015년부터 배치했기 때문이다. 냉전 시절 나토군의 최전방에서 막강한 전차부대를 유지했던 옛서독처럼 새로운 나토군의 핵심 전차부대를 운용하는 폴란드에 유럽형 전차를 공급해야 한다는 여론은 유럽연합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분쟁을 일으키고 최근 우크라이나 군함를 포격하는 등 호전성을 드러내며 부쩍 강조되는 나토의 결속이 폴란드의 K2전차와의 제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대응은 반대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K9자주포가 수출된 나라의 대부분이 러시아 접경국가다. K2흑표전차의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 6차 양산까지 계획했다 내년 후반부터 2차 양산에 겨우 들어가고 3차 양산이 실행돼도 총 물량은 322대에 불과하다. 후속 군수지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요인이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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