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있다면 '눈 중풍' 예방 신경쓰세요

40대이하 환자가 전체 10% 차지
망막혈관 막히거나 파열때
2시간내 치료안하면 실명 위험
'눈 중풍' 오면 뇌혈관도 적신호
정기적인 검진과 상담 통해
혈관질환 예방 적극 노력해야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건강을 해치는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면서 당뇨망막병증, 황반(시세포가 몰려 있는 망막 중심부) 변성, 망막혈관폐쇄 등 망막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망막혈관폐쇄는 ‘눈 중풍’이라고도 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으로 망막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돼 시력감소·상실을 초래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를 초래한 고혈압 등은 뇌졸중의 위험인자이기도 해 눈 중풍이 왔다면 뇌혈관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뇌경색과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 환자는 지난 2011년 4만5,010명에서 지난해 6만440명으로 34% 증가했다. 여성이 56.5%로 남성(43.5%)보다 1.3배 많았다. 30~40대 연령층에서는 남성이 더 많지만 50대부터는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다. 갱년기·폐경기 이후 여성 만성질환자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가장 많은 60대(31%)를 포함해 환자 10명 중 9명이 50대 이상이지만 40대 이하도 10%를 차지했다.

망막혈관폐쇄는 혈관이 막힌 부위에 따라 망막동맥폐쇄와 망막정맥폐쇄로 구분된다. 눈의 시세포에 산소·영양분을 공급해 시각적 기능을 유지하는 망막동맥혈관이 막히면 별다른 통증 없이 갑자기 급격한 시력저하가 나타나며 망막 신경세포가 파괴돼간다. 특히 중심망막동맥에 문제가 생긴 경우 실명할 수도 있다. 김재석 인제대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동맥폐쇄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시력회복이 어렵고 응급처치가 늦어지면 치료 결과가 매우 좋지 않으므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심한 두통이 발생할 경우 빨리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안압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한문구(신경과)·우세준(안과) 교수팀에 따르면 망막동맥폐쇄로 갑작스런 시력소실이 발생한 경우 10명 중 1명은 1년(57%는 1개월) 안에 뇌경색이 발생했다. 시력소실이 발생한 10명 중 1명은 망막동맥폐쇄 전에 뇌졸중과 일시적 허혈발작을 경험했다. 망막동맥폐쇄 환자 중 고혈압은 58%가, 대뇌혈관 동맥경화증은 40%가, 당뇨병과 고지혈증은 각각 23%가 앓고 있었다. 한 교수는 “고혈압·동맥경화증·당뇨병 등이 망막혈관폐쇄·뇌경색의 공통적 위험인자인 만큼 평소 혈압·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망막혈관폐쇄는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유리체 출혈, 황반변성, 다른 실명 질환인 신생혈관 녹내장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눈 안에는 유리처럼 투명한 겔 성분의 유리체가 있어 안구가 정상적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고 물체의 상이 망막에 맺힐 수 있게 한다. 그런데 망막에 출혈이 생겨 유리체 속으로 스며들거나 유리체로 자라 들어간 신생혈관이 터지면(유리체 출혈) 시력이 급격하게 감퇴하므로 신속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 교수는 “시력손상이 없고 예후가 좋다고 알려졌던 (중심망박동맥에서 갈라진) 분지망막동맥폐쇄 환자라도 황반에서 시신경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유두황반 신경다발에 혈액공급이 잘 안 되는 허혈성 손상이 생기면 심각한 시력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팀에 따르면 분지망막동맥폐쇄 환자 가운데 56%가 초기부터 시력저하가 발생했으며 이런 환자 10명 중 3명은 발병 후 6개월 안에 시력이 회복됐지만 3명은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비교적 흔한 망막정맥폐쇄는 보통 한쪽 눈에서만 발생하므로 다른 쪽 눈에는 이상이 없고 잘 보여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맥이 막혀 피가 빠져 나오지 못하면 유리체 출혈로 시세포가 몰려 있는 황반에 부종이 생겨 시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합병증으로 신생혈관 녹내장이 발병할 수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수진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망막혈관폐쇄는 뚜렷한 전조증상이 없으므로 50세 이상이면 눈에 별 이상이 없어도 안저검사 등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며 “특히 망막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고혈압·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혜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중심동맥에서 갈라진) 망막분지정맥폐쇄 진단을 받은 눈과 반대쪽 눈에서 맥락막(안구를 감싸고 있는 중간층으로 망막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흡수해 분산되지 않게 해줌)의 두께가 감소해 반대쪽 눈에 녹내장→시력상실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는 안압은 정상이고 시신경 주위의 맥락막이 감소한 경우가 많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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