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지난 7일 한 오피스텔에서 몸을 던진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유서에서 주변 인물에 대한 선처를 검찰에 호소했다. 이 전 사령관을 변호한 임천영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유서를 8일 오전 11시께 서울 송파경찰서 앞에서 공개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유서를 통해 “세월호 사고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라며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라며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여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심사를 담당해 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검찰 측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서를 공개한 후 임 변호사는 억측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족 뜻에 따라 유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사심 없이 일했는데 이런 식으로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몹시 괴로워했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는 매우 좋아했는데 그 이후 검찰이 또 영장을 청구하거나 수사를 본인의 주변 사람으로 확대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누누이 말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은 40년 군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새로운 개인 사업을 추진하려 했는데 검찰 수사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며 “이 전 사령관이 몸을 던진 곳도 함께 사업을 진행하려던 지인의 사무실이었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이 손으로 쓴 A4용지 2장짜리 유서의 모습을 공개했다. 가족을 위한 별도 유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은 전날 오후 2시 48분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의 한 오피스텔 13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달 27일 이 전 사령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이 전 사령관은 “한 점 부끄럼 없는 임무수행을 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지난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이달 3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법률대리인 임천영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이 전 사령관의 자필 유서를 공개했다.
이하 이재수 전 사령관의 유서 전문
세월호 사고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음.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럼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여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
영장심사를 담당해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검찰 측에게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가족, 친지, 그리고 나를 그동안 성원해준 모든 분들게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고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60평생 잘 살다가 갑니다.
모두들 안녕히 계십시오.
이재수 배상.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