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의 초동조사 결과 남강릉분기점의 신호제어시스템 오류가 사고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전날 현장에 파견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은 육안으로 사고지점을 둘러본 뒤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고 밝혔다.

관계기관 등은 8일 오전 7시 30분 열차 탈선 직전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는 KTX 강릉선과 영동선이 나뉘는 남강릉분기점 일대 신호제어시스템에 오류 신호가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 직원들이 매뉴얼에 따라 현장에 투입돼 점검하는 사이 오류가 났던 ‘21A’ 선로의 신호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뒤따르던 사고 열차가 그대로 진입한 ‘21 B’ 선로에서 탈선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다.


사고 당시 부상을 당했던 강릉역 직원은 현장에서 시스템 오류 여부를 점검하다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초동조사 결과가 정밀조사 결과로 이어진다면 단순 사고가 아닌 시스템적 결함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부 철도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호 시스템 오류와 관련해 일부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개통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KTX 강릉선의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애초에 부실시공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남강릉분기점의 선로전환기와 신호제어시스템은 지난해 6월 설치됐으며, 온도가 정상일 때는 별다른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다가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KTX 강릉선은 전 구간 복선전철이지만 이날 사고가 난 강릉역∼남강릉역 구간은 단선 구간이다. 이 때문에 이 구간을 오가는 KTX 열차는 상·하행선이 신호를 기다렸다가 교대로 운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정밀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사고 원인 추정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오 사장은 8일 강릉시청에서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 “아무래도 기온이 급강하해 선로 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며 “추정은 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하 40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치되는 선로의 특성상 오 사장의 발언은 무리가 있어 네티즌들의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