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열린 제3기 서울시 명예시장 위촉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국회가 8일 새해 예산안을 다루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주도로 국회의원 세비를 인상한데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소리를 내놓았다. 한국당은 물론 민주당과도 각 세우기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고 분석이 나온다.
9일 박 시장이 전날 페이스북에서 “국회의원 세비(수당) 인상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며 ‘세비 셀프인상’을 비판했다. 그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불신하고, 분노하고 계신다”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가고 있고, 민생도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국민들께서 이럴 때일수록 정치가 국민들의 어려움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셨을 것”이라며 “눈물 흘릴 때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모진 비바람을 함께 맞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천하(백성)의 근심을 먼저 걱정하며 천하(백성)가 즐거우진 후에 기뻐한다(先天下之憂以憂 後天下之樂以樂歟)’는 중국 북송 정치가 범중엄(范仲淹)의 경구를 인용하며 국회가 국민보다 스스로를 먼저 챙긴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는 전날 새해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전년보다 1.8%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억290만원이었던 세비는 182만원 늘어난 1억472만원이 됐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내년도 세비 인상분을 모두 기부 형식으로 반납할 계획이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세비 인상분 반납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바른미래당은 김정화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바른미래당만 세비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상생의 정치를 이루는 선거제 개혁은 내팽개치고 세비 인상에만 만장일치인가”라며 “참으로 염치없는 ‘자∼더올려당’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인상액을 어떤 형태로든 받지 않겠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의원 정수 증가가 불가피하면 현재의 세비를 동결해서라도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어 “오래전부터 공공부문의 축소·개혁만이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향상해 경제를 살려낼 첩경이라 주장해 왔다”며 “인상된 세비 반납을 같이할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