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강원 평창군 강릉선 KTX 진부역에서 승객들이 변경된 열차 시각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오전 발생한 열차 탈선 사고로 강릉선 상하행 구간은 열차가 30분 이상 지연 운행됐으며 진부역~강릉역 구간은 불통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평창=서종갑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강원도 강릉시 KTX 열차 사고 복구현장을 찾아 국민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만에 온 강릉 가족여행이 KTX 사고로 엉망이 됐어요.”
지난 8일 오후7시30분께 KTX 진부역에서 서울행 열차를 타는 오신환(61)씨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씨는 “뒤늦게 강릉발 KTX 열차가 없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관광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어렵게 예약한 식당도 취소하고 급하게 역으로 뛰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릉선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하며 이틀째 복구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승객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일 오전7시35분께 강릉역~남강릉역을 운행하던 강릉발 서울행 KTX 806호 열차의 10량이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부터 현장에 수습대책본부를 꾸려 밤샘 작업에 나섰다. 코레일 관계자에 따르면 9일 정오 기준 2~8호 객차와 강릉 방향 기관차를 선로에 다시 올려놓는 등 사고 복구는 45%가량 진행됐다.
사고 당시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사고 열차에 탑승한 한 승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열차가 출발한 지 10분쯤 지나고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열차가 50도 기울었다”며 “이후 계속 열차가 흔들리니 승무원은 물론 승객까지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당시 4호차에 타고 있던 이모(45)씨는 “출발한 지 5~6분여 만에 무언가의 충격 때문에 급제동하는 소리가 들린 뒤 ‘쿵쿵’ 하는 느낌이 3~4차례 이어지고 멈춰 섰다”며 “열차가 기울어 기우뚱하며 걸어 나왔는데 1·2호 객차가 90도가량 꺾여 있었다”고 말했다.
코레일의 사고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사고로 부상을 당한 한 승객은 “안전띠만 있었어도 이렇게 넘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KTX는 왜 안전띠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이 사고로 총 16명이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당일 오후 전원 귀가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고 당시 열차는 시속 약 100㎞로 운행했지만 관절대차의 특성상 객차 간 충격을 흡수하며 승객 피해가 최소화됐다”고 설명했다. 관절대차는 객차와 객차 사이를 관절형으로 이어놓은 열차 연결 방식이다.
지난 8일 오전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 사고로 강원 평창군 진부역에서 강릉역 간 열차 운행이 중단된 가운데 이날 저녁 진부역에서 하차한 승객들이 강릉역까지 운행되는 임시 셔틀버스에 오르고 있다./평창=서종갑기자
강릉역~진부역 구간에는 대체버스 45대가 투입돼 열차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8일 오후 KTX 진부역에서 만난 이용객들은 갑자기 발생한 사고라 불편을 감수하지만 개통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구간에서 큰 사고가 발생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서울에서 강릉 자택으로 돌아오는 길인 한 중년 부부는 “오전8시 서울행 KTX를 타고 친지 결혼식에 가려고 했는데 사고로 뒤늦게 고속버스를 잡아타고 갔지만 결국 놓쳤다”며 “환불 안내도 제대로 받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10일 새벽에야 복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은 9일 오후2시 기준 사고 현장에 지원인력 400여명, 기중기 4대, 포클레인 8대 등의 복구 장비를 동원해 수습하고 있다. /강릉=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