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특명' 1골 1도움…최상 시나리오 쓴 '손'자병법

챔스 앞두고 케인 레스터전 벤치
스트라이커 손흥민 2경기 연속골
포체티노 감독 '변칙전술'에 화답
BBC "토트넘에 없어선 안될 존재"
12일 바르샤 이겨야 16강행 확정

토트넘 손흥민(오른쪽 두 번째)이 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전에서 이를 악물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하고 있다. 수비수 조니 에반스가 태클을 해봤지만 슈팅은 골망을 출렁였다. /레스터=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26·토트넘)은 경기 후 유니폼 상의를 벗어들고 관중석 한편으로 달려갔다. 보안요원 사이를 비집고 원정 응원단 앞에 선 그는 맨 앞 열의 어린이에게 유니폼을 직접 선물했다. 손흥민의 셔츠를 얻고 싶다는 귀여운 문구를 피켓에 적고 경기 내내 열정적인 응원을 보냈던 가족 팬이었다. 경기 중 골과 도움으로 기립박수를 받았던 손흥민에게 다시 한 번 따뜻한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는 순간이었다.

최고의 컨디션과 골 감각으로 무장한 손흥민이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거함 FC바르셀로나에 맞선다. 9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에서 끝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전에서 1골 1도움으로 2대0 승리를 이끈 손흥민은 오는 12일 오전5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리는 바르셀로나전을 준비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최종전으로 토트넘이 자력으로 조 2위를 지켜 16강에 가려면 꼭 이겨야 하는 한판이다. 같은 시각 토트넘과 승점이 같은 조 3위 인터밀란이 최하위 에인트호번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주중 챔스를 대비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해결사 해리 케인을 벤치에 앉히는 대신 2선의 손흥민을 원톱으로 올리는 결단을 내렸는데 손흥민은 그보다 좋을 수 없는 활약으로 토트넘에 최상의 시나리오를 선물했다. 케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것은 물론이고 후반 29분 케인과 교체돼 나간 손흥민도 체력을 아끼며 바르셀로나전에 총력을 다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에는 골잡이 케인과 플레이메이커 에릭센이 동시에 벤치에서 출발했다. 2014년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 전반 막판까지 0의 균형이 이어져 걱정이 커질 즈음 손흥민이 나섰다. 오른쪽 측면으로 마중 나가 공을 건네받은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가운데 쪽으로 슬쩍 치고 들어가더니 거침없는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벤치의 케인이 벌떡 일어나 환호할 정도의 벼락같은 득점이었다. 사흘 전 사우샘프턴전에서 유럽 1부리그 통산 100골을 채운 데 이은 2경기 연속골. 전반 추가시간에 리그 3호 골이자 시즌 5호 골을 작성한 손흥민은 후반 13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오른발 크로스로 델리 알리의 토트넘 입단 후 50번째 골을 도왔다. 손흥민의 시즌 성적은 5골 3도움, 리그 기록은 3골 2도움이 됐다. 토트넘은 12승4패(승점 36)로 리그 3위. 16경기 승점 36은 구단 역사상 가장 좋은 페이스다. 토트넘 팬들은 “바르셀로나여, 우리가 간다”를 연호하며 챔스 16강 진출을 염원했다.

지난해 12월에 7경기 5골로 활활 타올랐던 손흥민은 올해 12월도 2경기 연속골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리그 첫 골을 터뜨렸던 첼시전부터 계산하면 최근 리그 4경기 3골이다. BBC는 “최근의 토트넘에 손흥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케인도, 에릭센도 없었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No Kane, no Eriksen, no problem)”고 정리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이날 최고 평점인 9점을 줬다. 손흥민은 “오늘 골은 좋아하는 위치에서 항상 연습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특별했다”고 말했다.

한편 바르셀로나는 이날 프리킥으로만 2골을 뽑은 리오넬 메시를 앞세워 홈팀 에스파뇰을 4대0으로 대파하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선두(9승4무2패·승점 31)를 지켰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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