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이 평균 5,000만원에 이르는 현대모비스가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 내년 10.9% 오르는 가운데 대기업마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허덕이는 것이다. 재계와 야권에서는 최저임금 제도 개편과 함께 인상유예·자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현대모비스 일부 정규직원의 임금이 올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했다며 시정지시를 내리고 검찰에 내사 지휘를 건의했다. 성과급 등을 빼면 입사 1~3년차 현대모비스 사무직·연구원의 월 기본급은 시급 환산 시 6,800~7,400원대로 7,530원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대기업 중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처음이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최저임금 미만 직원 수가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적용되는 내년에는 4년차 사원(시급 약 7,600원)과 1년차 대리(약 8,200원)도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에서도 급여 상위권에 속하는 현대모비스마저 최저임금 위반에 걸린 것은 우선 최저임금 고율 인상 탓이다. 하지만 유급휴일(주휴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여겨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고용부의 지침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는 매주 토·일요일을 주휴시간으로 정하는데 이 경우 월 기본급을 243시간(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나눈 값이 최저임금 이상이어야 한다. 반면 주휴시간을 근로로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는 분모를 174시간으로 본다.
고용부는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명확히 못 박고 판례도 바꾸기 위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대모비스 같은 대기업들도 ‘최저임금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재계는 법 개정 철회와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은 아예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유예하고 오는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3% 이내로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겪는 꼴”이라며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혁·김민석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