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공감’ 태평마을 빨래터 합창단, ‘칠곡의 스타’가 된 사연은?

사진=KBS1 ‘다큐공감’ 예고 영상 캡처

9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태평마을 빨래터 합창단’ 편으로 경북 칠곡군 북삼읍 태평마을 할머니 합창단의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빨래를 가세 빨래를 가세, 빨래도 하고 님도 보고

겸사겸사 빨래 가세, 뽕따라 가세 뽕따라 가세

뽕도 따고 님도 보고, 겸사겸사 뽕따러 가세.

- ‘빨래를 가세 빨래를 가세’ 노래가사 중

물 많고, 바람 많고, 돌이 많아 ‘육지 속 제주도’라 불리는 경북 칠곡군 북삼읍 태평마을에는 100년 넘은 빨래터가 있다. 그리고 태평마을 빨래터에는 할머니들의 흥겨운 합창이 울려 퍼지고 있다. 2013년. 마을의 인문자원을 발굴해 마을공동체 가치로 발전시키는 칠곡군의 ‘인문학마을 만들기’사업에 태평마을 할머니들도 동참! 일명, 빨래터합창단이 결성된 것이다.

이후, 할머니들은 합창실력이 알려지며 ‘칠곡의 스타’로 유명세를 치루고, 2016년에는 전국 실버문화 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여 왔는데... 올해는 더 큰 욕심을 내 보기로 한다. 합창에 연극을 덧붙여 뮤지컬 형태로 무대를 꾸며 볼거리, 즐길 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볼 생각이다. 과연, 할머니들은 멋지게 무대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 빨래터에서 팍팍 두드리니, 살맛나네요.

옛 부터 물이 좋아 벼농사도 잘 되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태평마을.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100년 넘은 빨래터는 여전히 마을 아낙네들의 공동 빨래터이자, 시집살이 푸념을 늘어놓는 사랑방 같은 수다공간이다.

▲ 한글을 깨우치니 세상이 보여요~

칠곡군의 한글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한 태평마을 할머니들. 기억이 가물가물해 받아쓰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이만큼 글이 보이니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 빨래터 합창단의 새로운 도전!

한글을 깨우친 할머니들은 가사를 읽게 되자 빨래터 합창단을 결성하기에 이르고, 태평마을 빨래터 합창단은 일명 ‘칠곡의 스타’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치렀는데... 올해는 합창에 연극대사까지 더한 특별한 무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 빨래터 합창단 노래의 탄생, 김봉이 할머니

“내가 어릴 적에 들었던 이야기가 합창단 노래가 된 거예요. 옛날에 못 입고 못 먹고 살 때 죽만 먹고 개떡 먹고 살 때 부르던 노래에요. 그 소리는 생전 안 잊어먹어요.“

-김봉이 (84세)-

빨래터 합창단의 메인 주제곡 ‘빨래를 가세 빨래를 가세’와 공연의 백미 ‘영감아, 곶감아’노래 2곡은 모두 빨래터합창단의 최고령 멤버, 김봉이 할머니(84세)의 유년시절... 옛 기억 속에 살아있는 이야기가 노래로 탄생한 것이다. 할머니의 기억 속에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있는 가난한 노부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으로 울림을 준다.

▲ 위로를 건네는 노래, 서금자 할머니


“합창단에 가서 노래를 하니까 내 마음이 편하고 무엇이든 즐거워요.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글은 모르는데 노래는 어떻게 배워가지고 무대도 올라가나 생각이 들어요.“

-서금자 (73세)-

스무 살에 태평마을에 시집와 평생 가난한 살림을 일구며 살아온 서금자 할머니(73세). 풍족하진 못했으나 며느리 사랑이 끔찍했던 정 많던 시아버지와의 추억이 그립다. 몇 해 전, 교통사고로 남편마저 잃고 눈물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빨래터 합창단의 노래는 서금자 할머니에게 새로운 삶의 재미와 웃음이 되어 돌아왔는데...

▲ 앞마을 순이, 뒷마을에 용팔이, 박말연 할머니

봐라, 봐라. 너희들 소문 들어 봤나

무슨 소문이요?

앞마을에 순이가 빨래터에 왔다가

뒷마을에 용팔이하고 눈이 맞았단다.

-빨래터 합창단 공연 무대 대사 중-

태평마을 빨래터 합창단 무대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앞마을 순이와 뒷마을 용팔이 장면! 그러나 요사이 몸이 부쩍 나빠져 기억력마저 떨어진 박말연 할머니(75세)는 대사가 외워지질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도 격려해주는 할아버지와 응원하는 동료들이 있어 박력 넘치는 멋진 용팔이로 분하여 무대에 오른다.

▲ 봉이 할머니의 마지막 은퇴무대

영감아 곶감아 일어나소.

보리방아 품 들어 개떡 쪘네.

개떡을 쪘으면 적게나 쪘나.

서말지기 솥으로 한 솥 쪘네.

영감님 콧구멍에 찬바람 나고

개떡 솥에는 뜨신 김나네.

-‘영감아 곶감아’ 노래가사-

2018년. 늦가을. 드디어 빨래터 합창단 공연이 있는 날. 이날은 김봉이 할머니의 은퇴무대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할머니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이야기가 모두의 노래가 되어 불리게 되기까지... 김봉이 할머니에 대한 감사함이 함께 한 마지막 축제의 무대. 태평마을 빨래터합창단의 행복한 노랫가락이 모두의 행복한 합창이 되어 사람들 가슴 속에 맴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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