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을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인권 유린과 관련한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최룡해 부위원장은 북한의 사실상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최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을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최 부위원장이 당, 정부, 군을 통솔하는 북한의 ‘2인자’로 보인다며 특히 그가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권력의 중추인 노동당 안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간부·당원을 포함해 사실상 전 주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검열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정경택 국가보위상은 보위성(우리의 국정원에 해당)의 검열 활동과 인권 유린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국무부는 별도 자료를 내어 “그는 정치범 수용소의 고문, 굶기기, 강제노동, 성폭행 같은 심각한 인권 유린을 지시하는데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은 사상의 순수성 유지와 총괄적인 검열 활동, 억압적인 정보 통제, 인민 교화 등을 수행하는 선전선동부의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북한의 인권 유린 관련 제재로는 4번째다. 미국은 2016년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 작년 1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작년 10월 정영수 노동상 등에게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북한의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대통령 행정명령 13687호에 따라 이뤄진 이번 제재로 미국의 북한 인권 관련 제재 대상은 개인 32명, 기관 13곳으로 늘어났다.
이번 추가 제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 노력을 하면서도 비핵화 전까지는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보도자료에서 “재무부는 북한 주민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 잔인한 검열, 인권침해와 유린을 저지르는 부서들을 지휘하는 고위 관리들을 제재하고 있다”며 “이번 제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 그리고 검열과 인권침해에 대한 반대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 정권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 침해를 비난해왔다”며 “미 행정부는 전 세계 인권 유린자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특히 이번 제재가 지난 2016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한 잔인한 처우를 상기시킨다고 언급했다.
미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북미 간에 교역이 없는 만큼 이번 제재는 실질적인 효과를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무부는 최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한 제재 내용을 추가한 북한 인권 유린 관련 정례보고서를 연방 상하원에 제출했다. 2016년 2월 시행된 대북제재강화법(H.R. 757)은 국무장관이 북한의 인권유린과 내부검열에 책임 있는 북한 인사들과 그들의 구체적인 행위를 파악해 180일마다 의회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 제출은 작년 10월 말 3차 보고서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오늘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심각한 인권 유린과 검열에 책임있는 3명을 제재대상에 추가했다”며 “북한의 인권 유린은 세계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