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10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술주가 회복세를 보인 데 힘입어 소폭 상승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4.31포인트(0.14%) 상승한 24,423.2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64포인트(0.18%) 오른 2,637.7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1.27포인트(0.74%) 상승한 7,020.52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브렉시트와 미·중 간 무역협상 관련 소식 등을 주시했다. 주요 지수는 이날 장 초반 큰 폭 하락했다가 장 후반 가파르게 반등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당초 11일로 예정됐던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연기한다고 밝힌 영향을 받아 증시는 큰 폭 하락 출발했다.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과 아일랜드 국경문제 등과 관련된 협상을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관련 부정적인 소식도 더해졌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과의 협상 기간 90일은 엄격한 시한이라며 이 기간 내 협상 진전이 없으면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한 점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또 중국 법원이 애플의 아이폰 과거 모델에 대한 판매 금지 명령을내렸다는 소식도 뒤늦게 전해졌다. 미국 요청으로 캐나다 경찰이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한 사건으로 양국 간 긴장이팽팽한 상황에서 나온 소식으로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다만 중국 법원의 이번 결정은 퀄컴의 특허 침해 소송 제기에 따른것이고, 멍 CFO 체포 이전에 판결이 내려진 사안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술주주가가 반등하면서 주요 지수도 일제히 낙폭을 축소했다. 도이체방크가 9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 등을 이유로 유망 기술주로 추천한 페이스북 주가는 3.2% 급등했다. 애플 주가도 장 초반 2% 내외 낙폭을 극복하고 0.7%가량 상승 마감했다. 아마존도 0.7% 오르고 넷플릭스는 1.7% 상승하는 등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반등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혼재된 모습을 보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채용공고는 전월 696만 명에서 증가한 708만 명을 기록했다. 2000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 기록인 지난 8월의 73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사적인 고점 수준이다. 반면 11월 미국의 고용추세지수(ETI)는 110.41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10월 ETI는 종전 110.72에서 110.73으로 상향 조정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 상황에 따라 향후 큰 폭의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54% 하락한 22.64를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미국 증시에 앞서 끝난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83% 하락한 6,721.54로 거래를 마감했으며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47% 떨어진 4,742.38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 역시 1.54% 떨어진 10,622.07로 끝났으며 범유럽지수인 Stoxx 50 지수도 1.36% 내린 3,016.99로 장을 마감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과 혼란이 커지면서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갈라서는 이른 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 속에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1.5% 하락해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파운드화 하락은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해 보통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영국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는 이날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1%(1.61달러) 떨어진 5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오후 배럴당 2.8%(1.73달러) 하락한 59.94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의 감산 소식에 힘입어 지난 7일 기록했던 2%대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출렁임으로 불안한 장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다시 부각된 것이다
특히 씨티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OPEC+’의 감산 결정이 미국 원유업계의 증산을 자극, 내년 브렌트유가 배럴당 55달러~65달러 선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금값은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3%(3.20달러) 떨어진 1,249.40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