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의 임신 1,000건당 34.1건이 자궁외 임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상적 임신상태가 자연유산으로 해소되거나 불가피하게 약물·수술로 아기를 지워야 하는 ‘합법적 치료’가 반씩을 차지했다.
육진성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지난 7년간(2009~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표본환자 자료를 바탕으로 447만6,495건의 여성 중 분만, 유산, 자궁외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 36만9,701건을 분류한 결과다.
자궁외 임신이란 수정란이 자궁 내부가 아닌 난관·난소·자궁경부·복강내 등에 착상되는 질환이다. 산부인과에서 가장 흔한 응급질환으로 임신과 관련된 사망 원인의 7%를 차지한다.
약 37만건의 임신 중 약물·수술로 자궁외 임신을 치료한 경우는 총 8,556건으로 임신 1,000건당 17.3건꼴이었다. 자궁외 임신이 발생한 신체 부위는 난관·난소가 91.5%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자궁각·자궁경부(7.8%), 복강(0.9%) 순이었다.
자궁외 임신이 나타난 여성의 평균연령은 31.1세였다. 자궁외 임신 발생위험은 임신 여성의 나이가 5년 많아질수록 1.13배(약물·수술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1.12배) 커졌다. 이는 연령 증가에 따라 나팔관의 구조와 기능이 떨어지고 골반염 등으로 나팔관이 손상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물·수술치료로 자궁외 임신 상태를 해소한 비율은 15~24세 여성이(임신 1,000건당 19~30건) 25~39세(14~28건)보다 높았다. 자궁외 임신 발생률이 임신 1,000건당 25건 이상인 연령층은 18~26세와 41~52세였다.
육 교수는 이에 대해 “결혼 적령기인 25~39세 여성의 약물·수술치료 자궁외 임신 발생률이 15~24세 여성보다 낮은 것은 상대적으로 인공유산(낙태)을 적게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육 교수는 또 “최근 수년 간 시민단체 등에서 낙태반대 운동을 벌였고 많은 경우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7년 간 자궁외 임신 발생률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인공유산 비율에 별 변화가 없었다, 즉 낙태반대 운동과 낙태를 불법화한 법령의 효과가 미미했다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난자와 정자의 수정은 난관에서 일어나며 이 때 생기는 수정란은 난관을 지나 3~4일 뒤 자궁으로 도달한다. 그러나 골반염 등으로 난관이 손상된 경우 수정란이 자궁으로 이동할 수 없어 난관에 착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수정란이 자궁 바깥에 있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고 복강내 과다출혈을 유발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인공유산은 정상임신이 된 경우에도 개인적인 이유로 행해지는 사례가 많지만 대부분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분 비밀리에 행해지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 어렵다. 육 교수는 “인공유산 횟수가 줄어든다면 정상임신이 유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체 임신(분만, 유산, 자궁외 임신) 중 분만 비율이 높아져 전체 임신에서 자궁외 임신의 비율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