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베스트셀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벤츠 ‘E300 4MATIC’이 지난달까지 8,000대를 넘기면서 1위를 질주하는 가운데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ES 300h’가 500여대 모자란 채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해도 보름 정도를 남겨둔 상황에서 각 수입차들의 연말 프로모션과 물량 확보, 경쟁 브랜드의 신차 출시 등의 변수에 따라 베스트셀링카의 방향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세단 ‘E300 4MATIC’으로 지난해(6,698대)보다 24.5% 증가했다. 2위 역시 7,816대가 팔린 벤츠의 ‘E300’이었으며 3위는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ES 300h’로 7,805대가 팔렸다. 지난해 베스트셀링카였던 BMW 520d는 화재 논란 속에서도 올해 7,668대가 판매돼 4위를 차지했다.
‘E300 4MATIC’이 앞서나가고는 있지만 1위부터 4위까지의 격차가 600대가량에 불과한 만큼 올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는 연말이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E300의 경우 현재도 꾸준히 팔리는 모델”이라며 “ES 300h가 하이브리드 수요를 대거 흡수하고 있는 만큼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에서는 포드의 ‘익스플로러 2.3’이 가장 많이 팔려 꾸준한 인기를 재확인했다. 포드 ‘익스플로러 2.3’은 올해 5,766대가 팔려 지난해보다 13.7% 증가했다. 경쟁 모델이 적은 대형 SUV인데다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그 뒤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으로 4,446대가 판매되며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SUV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줬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도 3,862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이브리드 중에서는 렉서스 ‘ES 300h’를 제외하고는 도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5,084대)가 2위를 차지했으며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1,683대), 링컨의 MKZ 하이브리드(682대) 순이었다.
올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수입차 브랜드들이 내년 베스트셀링카에 도전하는 신차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기대주는 5세대 C클래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부분변경이지만 6,500여개의 부품을 갈아 끼우면서 신차급으로 변경됐다. 새로운 직렬 4기통 디젤 및 가솔린 엔진, 그리고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이 탑재될 예정으로 국내에서는 디젤 모델인 ‘더 뉴 C220 d’가 가장 먼저 선보인다. BMW 3시리즈와 아우디의 A3, 폭스바겐의 파사트 등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수입 중형차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BMW는 스포츠액티비티쿠페(SAC) 2세대 ‘X4’를 내놓았다. SUV보다 날렵한 느낌의 독특한 외관과 향상된 주행성능을 무기로 치열한 국내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장·전폭·휠베이스는 늘어난 대신 차 높이가 줄어들면서 전작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갖췄다.
아우디는 ‘A6 40 TFSI’를 내놓으면서 세단 전쟁에 뛰어들었다. 벤츠 E클래스와 BMW의 5시리즈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아우디 A6에 대한 국내 오너들의 선호는 적지 않다. ‘아우디 A6 40 TFSI’는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TFSI) 엔진과 7단 S 트로닉 변속기를 탑재해 최고 출력 252마력, 37. 8㎏·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외관 디자인도 ‘한국형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를 기본으로 장착해 스포티함을 한층 강조했다.
SUV의 대명사인 지프는 오프로드의 최강자 ‘올 뉴 랭글러’를 선보이면서 SUV 시장이 지각 변동을 꾀하고 있다. 2007년식 랭글러가 발표된 지 11년 만에 완전변경돼 출시된 모델이다. 기존 V6 엔진 성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2.0ℓ 터보차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볼보는 ‘S90’을 내놓고 국내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뛰어들었다.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연료 효율성은 높이고 배출가스는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임에도 최고 출력 254마력, 최대 토크 35.7㎏·m의 성능을 갖췄다. 2018년식 모델보다 가격을 600만원가량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폭스바겐 역시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으로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테온은 클래식 스포츠카의 디자인과 패스트백 모델의 우아함, 그리고 공간 활용성 및 최신 안전기술을 모두 결합시킨 프리미엄 세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당분간 렉서스 ‘ES 300h’의 독주가 예상된다. 도요타의 캠리와 혼다의 어코드의 추격이 거세기는 하지만 워낙 탄탄한 수요층이 내년 수입차 하이브리드 시장에서의 선전을 예상하게 한다. 새롭게 개발된 GA-K(Global Architecture-K) 플랫폼으로 안정적인 승차감을 확보하고 정숙성은 더욱 끌어올렸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