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행 KTX 열차가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한 사고와 관련해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강릉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선 KTX 탈선 등 3주간 10여 건에 달하는 잇단 열차사고와 고장에 대해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잇단 철도사고의 문제를 강하게 질책한 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소집돼 연이은 철도사고 질책이 이어지자 오 사장이 11일 사퇴했다. 오 사장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가 우리 철도가 처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 사장은 지난 8일 강릉선 탈선사고 현장에서 직접 고객들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이튿날 현장을 방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고원인을 브리핑하면서도 사장직 수행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브리핑 과정에서 ‘추운 날씨’를 언급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진 모습을 연일 보이며 시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오 사장은 지난 8일 강릉선 탈선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원인에 대해 “아무래도 기온이 급강하해 선로 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가, 이튿날 김현미 장관에게 브리핑할 때는 “선로전환기 코드가 잘못 꼽혔다”고 번복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은 바 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철도사고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코레일 사장이 두 번이나 국민께 사과하고 사흘 전에는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찾아 강하게 질책하고 사고 재발을 막아달라고 지시했음에도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며 “저희로서도 더는 이런 상황들을 좌시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사태의 무거움을 언급했다. 이어 “이번 일로 코레일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 생각한다”며 사실상 오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전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더욱 활발한 진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라고 간접적으로 질타해, 오 사장의 사퇴를 결심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월 6일 코레일 사장에 취임한 오 사장은 철도 공공성 강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표방하며 코레일의 해묵은 과제였던 98명의 해고자 문제를 ‘전원 복직’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해고 후 11년째인 KTX 여승무원 180여명의 복직 문제를 코레일 특별채용 형식으로 해결하며 노사관계 회복에 성과를 내기도 했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