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과 단 둘이 빚을 '바흐' 제 음악 인생의 큰 전환점 될 것"

'3년만에 내한공연' 힐러리 한
"내게 정직한 연주 가르쳐준 바흐
생애 첫 무반주 솔로 독주회
최상의 기량 위해 두달 맹연습 "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바흐의 작품들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고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어요. 생애 첫 ‘바흐 무반주 솔로 독주회’는 제 음악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겁니다.”

세계 클래식계에서 ‘3대 바이올린 여제’로 통하는 힐러리 한(39·사진)은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무반주 리사이틀에서 최상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두 달 동안 치열하고 독하게 연습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 버지니아 출신인 한은 데뷔 시절부터 유독 바흐의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1997년 바흐의 곡이 담긴 앨범으로 데뷔한 이래 세 차례의 그래미상을 비롯해 디아파종, 에코 클래식, 그라모폰 ‘이달의 음반’ 등 세계적인 음반상을 연이어 받으며 주목받았다. 데뷔 후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은 율리아 피셔, 재닌 얀센과 더불어 21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힌다. 그는 3년 만에 갖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18일(대구 콘서트하우스)·19일(서울 롯데콘서트홀)·21일(서울 롯데콘서트홀)·22일(아트센터 인천) 등 총 네 차례 무대에 오른다. 이 가운데 21일과 22일에는 한의 주종목인 바흐 무반주 소나타 2번과 3번, 파르티타 3번을 선보인다. “9세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아버지가 연주하던 피아노 소리를 통해 바흐의 음악을 처음 접했어요. 그땐 바흐가 누군지도 몰랐죠. 아주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강렬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끊임없이 바흐의 곡을 연주해 왔어요. 클래식 공연장의 청중들 앞에서는 물론이고 조부모님의 장례식에서, 친구의 결혼식에서도 저는 바흐의 음악과 함께했어요. 바흐의 작품은 제게는 추억이 담긴 음악이자 저의 연주가 정직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18일과 19일에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한은 에스토니아 출신의 거장인 예르비에 대해 “놀라운 협력자이자 완벽한 음악가”라며 “진정한 음악적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와의 협연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청중을 매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한은 클래식 전문 연주자이지만 영화음악 작업에도 참여하는가 하면 포크록 싱어송라이터와 ‘콜라보 투어’에 나서는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에도 무척 적극적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접점을 늘리기 위해 최근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100일 동안 연습 동영상을 올린 ‘#100 데이즈 오브 프랙티스(#100 days of practice)’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저에게 매우 큰 의미를 지닙니다. 다른 사람의 독특한 시각과 관점을 통해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팬들과의 소통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여러 사람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의성을 배출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분야를 넘나드는 작업과 폭넓은 소통을 이어가면서 꾸준히 발전하는 음악가가 되려고 합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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