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씨. /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49)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지키기 위해 문재인 정권이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자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김씨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정치자급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판 카슈끄지 사건”이라고 역설했다. 터키 이스탄불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와 노 전 의원의 운명을 빗댄 것이다.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의심받는 것처럼 노 전 의원의 죽음 뒤에도 문재인 정권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노 전 의원의 자살 보도를 접하고 망연자실했고 유서를 본 순간 이 죽음은 조작이라고 느꼈다”며 “받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한 것에 너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 전 의원이 그 둔한 몸으로 1.4m 높이를 뛰어올라 쪼그린 채로 10m를 뛰어내렸는데 바닥의 보도블럭이 멀쩡했다”며 “뛰어내린 게 아니라 시체를 갖다 놓은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씨는 “허익범 특검이 희생을 요구해 노 전 의원이 5,000만원을 받은 부분을 허위 진술했다”며 “진술해주면 선고를 연기해 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럴 수 있나 싶다”고 항변했다.
특히 노 전 의원에 대해서는 “2013년부터 여러 번 만나 성격을 아는데 그런 문제로 공격을 받는다 해도 법정 투쟁을 통해 진실을 밝힐 분이지 자살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라며 “노 전 의원은 본인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야망이 있고 권력욕이 있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노 전 의원이 납치·고문을 당하며 유서를 쓴 게 아닌가 싶다”며 “이 분이 똑똑하니까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5,000만원을 4,000만원으로 바꿔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은 김씨가 2016년 3월7일과 같은 달 17일 각각 2,000만원, 3,000만원씩 불법 정치자금을 노 전 의원에 전달했다고 파악했다. 김씨는 자신이 2014년 강의비 명목으로 2,000만원씩 두 차례, 총 4,000만원을 입금한 것을 노 전 의원이 착각했을 수는 있으나 유서에 그 시점을 굳이 2016년이라고 쓴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그는 노 전 의원 죽음에 음모론을 제기하는 근거로 김 지사의 존재를 꼽았다. 김씨는 “김경수는 정권의 단순한 2인자가 아니라 차기 대권 왕세자”라며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이 하나씩 제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 신속하게 손발 맞춰 야합해 김경수를 살리려고 사건을 덮으려 했다”며 “정의당으로선 동정 여론을 등에 업고 서울 노원·경남 창원에서 의석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특검이 노회찬 부인 김지선씨에 대해 수사·기소·증인신청을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의원의 유서는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다. 김씨 입장에서는 유서의 증거 능력을 최대한 낮춰야만 혐의를 벗을 수 있다. 이날 공판에서 김씨 변호인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현장에서 투신 행위를 재연한 동영상 증거 채택, 노 전 의원의 사망 전일 촬영된 손톱과 시신 손톱 사진 비교 검증, 노 전 의원 부인 김지선씨 증인 신청을 재판부에 재차 요구했다.
한편 특검은 이날 김씨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두형(61) 변호사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또 ‘삶의축제’ 윤평(46) 변호사와 ‘파로스’ 김모(49)씨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하도록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김씨 등은 자신과 조직의 사익을 위해 유력 정치인에게 접근해 불법적으로 거금을 마련해서 제공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가 지향해야할 정치자금 투명성을 훼손했으므로 엄정하게 처벌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노 전 의원 부인의 전 운전기사이자 경공모 회원인 장모씨는 “회원들이 10만원씩 모아서 강의비 조로 노 전 의원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짐작했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모른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김씨가 노 전 의원 부인에게 느릅차를 전달해 달라면서 쇼핑백을 줬다”며 “쇼핑백에 돈이 있었는지 여부는 모르겠고 쇼핑백 무게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선고공판 전 마지막 재판을 열어 댓글조작 사건 등 피고인들의 다른 재판들을 모두 병합해 양 측의 최종의견을 듣기로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