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오후 2시 30분께 장날을 맞아 붐비는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옆에서 과일 행상을 하는 A(60·여)씨를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는 남성이 있다. 이 남성은 스쿠터를 타고 20여분 동안 A씨를 지켜보더니, 스쿠터를 과일 좌판 옆에 세워두고 어슬렁거렸다. 이윽고 A씨에게 다가간 남성은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이 과일 저 과일을 손짓하며 A씨를 분주히 움직이게 했다. A씨가 과일을 비닐봉지를 담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찰나 이 남성은 A씨 목에 걸린 400만원 상당의 금목걸이를 낚아채 옆에 세워둔 스쿠터로 몸을 날려 도주했다 . 깜짝 놀란 A씨가 스쿠터에 올라탄 남성의 옷깃을 붙잡았지만, 내달리는 스쿠터를 멀찌감치 떠나보내며 도로 위를 데굴데굴 구를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일주일 동안 사라진 스쿠터의 행방을 역추적하다 번호판을 떼는 범인의 행적을 발견하고 용의자를 특정했다. 용의자는 윤모(51)씨로 광주에서 퀵서비스를 하던 인물이었다. 당장 윤씨를 붙잡을 수 있었지만, 경찰은 윤씨의 범죄를 경력을 살피던 중 수상한 점을 발견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윤씨는 경찰에게 낯익은 인물이었다. 그는 과거 이번 사건과 비슷한 전력의 범죄 11건을 저지른 혐의로 2012년 구속돼 재판을 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구속 기간에 대한 보상으로 형사보상금 3,100만원까지 받았다.
과거 윤씨를 검거했던 형사를 수소문했더니 윤씨는 검거 당시부터 풀려난다고 확신하더니 결국 무죄를 받고 석방됐다고까지 털어놓기도 했다. 경찰은 윤씨의 범행 전후 행각을 모조리 수사해 증거를 수집했다. 조사결과 윤씨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헬멧·옷·신발 등을 모조리 버리고 스쿠터의 핸들 커버·백미러까지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가 전당포에 피해품으로 추정되는 목걸이를 맡긴 정황도 찾아냈다.
그러나 경찰에 붙잡힌 윤씨는 다시 무죄를 주장하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판사 앞에선 윤씨는 “경찰이 무죄를 받은 과거 전력으로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있다”며 “전당포에 판 목걸이는 어머니의 유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이 어머니의 유품을 판 전당포가 어디냐고 묻자 “풀어주면 알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에는 꼼꼼히 증거를 수집해 윤씨를 붙잡은 만큼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며 “범인을 잡아 시장 상인들에게 떳떳하게 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