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조길형(왼쪽부터) 충주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사진제공=현대차
정 부회장이 이날 공개한 수소 및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소차 생산량을 2030년까지 50만대로 끌어올리고 이를 위해 총 7조6,000억원을 신규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일차적으로 3,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연간 3,000대 규모인 생산능력을 2년 뒤인 2020년에는 약 4배 수준인 1만1,000대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50만대 생산이 현실화되면 연간 경제 효과는 약 25조원, 간접고용을 모두 포함한 취업유발 효과는 약 22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모비스를 통한 핵심 부품 조달능력도 대폭 강화한다. 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2공장 신축은 시작점이다. 내년 공장이 완료되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능력은 연간 4만기 수준으로 늘어난다. 2030년까지 추가적인 투자를 진행해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능력을 70만기 규모로 늘리고 50만대는 현대차의 수소차에 투입하고 20만기는 외부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경쟁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선박·철도·지게차 업체에서 연료전지 시스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핵심 부품이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 스택을 비롯해 수소와 공기 공급장치, 열관리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투자가 완료되면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수소차 생산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부터 5년 전 현대차가 수소전기차를 세계에서 처음 공개했을 때부터 찬사와 함께 ‘의구심’을 함께 받았다. 이번 정 부회장의 ‘충주 선언’은 현대차의 수소차 사업 확대 의지를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이 수소 경제의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글로벌 경쟁사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수소차 시장에서의 ‘초격차’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수소차 대량 생산 체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가 미래차 시장의 핵심 모델이기 때문이다. 순수 배터리로 가는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 저하와 최대 30분이 걸리는 충전시간,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가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수소차는 현재 기술로도 5분이면 충전이 완료되고 최대 600㎞를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래차 시장은 단거리는 전기차, 장거리는 수소전기차가 담당하는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수소차 관련 기술은 이미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수소차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며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차 양산에도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는 완충 시 주행거리가 가장 긴 넥쏘를 선보이기도 했다.
발목을 잡는 건 높은 생산비용이다. 업계는 보조금 없이 수소차를 판매할 경우 대당 4,000만원 가량의 적자를 본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야 그나마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경쟁업체들은 기술 개발과 함께 생산능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최대 라이벌인 토요타는 2020년 미라이의 후속 모델을 출시해 생산능력을 지금의 10배인 3만대로 늘려 가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현대차의 이번 비전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외부 여건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문제가 충전소 등 인프라다. 국내에는 일반 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가 10개가 채 안 될 정도로 경쟁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부는 이날 2022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310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업계는 현대차의 생산 목표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충주=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