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예정됐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의회 표결까지 미루고 유럽 각국을 돌며 재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재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어 메이 총리가 수정된 합의안을 들고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메이 총리의 유럽행 일정이 시작된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EU 의원들에게 “그것이 무엇이든 재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브렉시트) 협상을 재개하지는 않고 합의안에 추가 해석을 더하거나 더 명확히 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 영국 총리는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전격 연기하고 유럽으로 향했다. 그는 전날 “영국 의회 의원의 절반 이상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어 의회 표결을 미룬다”고 공식 발표했다.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공화국과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의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위해 합의된 ‘백스톱(안전장치)’으로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영구히 남게 될 것을 우려하는 영국 보수당과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은 메이 총리에게 백스톱을 수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확보하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안 재협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와 회동한 데 이어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난다. 이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융커 위원장 등과 차례로 만나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12일에는 도널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EU 측은 이미 도출된 합의안 외에 다른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메리 총리는 빈손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 총리가 EU와의 재협상에 실패할 경우 영국 정가는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된다. 제1야당인 노동당 대변인은 “총리가 만약 큰 변화 없이 하원에 똑같은 합의안을 가져온다면 의회는 교착상태를 끝내기 위해 조기총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내각 관계자는 전격 연기된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표결을 내년 1월 21일 전에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