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 연합뉴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공세를 재개하기 위해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근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현대차(005380)그룹 투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담은 e메일을 발송했다. 엘리엇은 e메일에서 기존에 요구해온 잉여 현금의 배당, 주주 권익 강화, 주주와의 소통 부재가 가져오는 문제 등에 대해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의 요청에 응하면 한국인 직원이 방문해 현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주요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엘리엇의 미팅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며 만난 후 일부 의견을 마치 전체 기관의 여론인 것처럼 자료를 만들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공개한 전례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관련된 의견을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고 회사 실명까지 공개해버렸다”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 아예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형 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은 미팅한 것으로 전해져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주목된다.
엘리엇이 우군 확보에 나선 것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지배구조 개편 중단을 선언한 뒤 7개월 이상 대외적으로 공식화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더구나 3·4분기 실적 부진으로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까지 30% 가까이 급락했다. 엘리엇은 현대차 3%(약 640만주), 기아자동차 2.1%(약 860만주), 현대모비스(012330) 2.6%(약 25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가손실 규모는 약 4,000억원 전후일 것으로 분석된다.
/강도원·김민석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