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검은 10월’을 경험하는 등 주식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모주 펀드의 인기도 시들하다. 상장철회 기업이 잇따르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모주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돈을 빼고 있다. 상반기까지는 공모주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공모주 펀드로 자금이 대거 모였으나 하반기로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에서 최근 3개월 간 1,455억원이 빠졌다. 가치주펀드(1,270억원), 코스닥벤처펀드(534억원)의 순유출액과 비교해도 규모가 큰 수준이다. 최근 한 달 사이에도 345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공모주 펀드 자금 유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익률 역시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증권투자신탁’이 3개월 1.45%, ‘KTB코넥스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이 같은 기간 0.15%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주 펀드는 ‘대어’들의 IPO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며 2,900억원이 몰렸다. 공모주 시장 열기도 공모주 펀드 인기의 비결이었다. 올 상반기 공모주 시장은 흥행 가도를 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IPO를 통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상장한 종목 22개 중 20개 종목의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웃돌았다.
코스피가 10월 한 달 간 13% 하락하며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상장 새내기주 수익률도 부진을 겪었다. SK루브리컨츠를 시작으로 프라코, 아시아신탁, HDC아이서비스, CJ CGV 베트남홀딩스, 카카오게임즈 등이 공모를 철회했다. 상장에 성공한 아시아나IDT(267850) 역시 공모 희망가(1만9,300원~2만4,100원)에 못 미치는 1만5,000원에 공모가가 정해졌다. 나우아이비캐피탈(293580)의 7일 종가는 4,585원으로 공모가인 8,500원에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한 53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개 종목은 지난달 말까지 공모가를 밑돌았다. 지난 10월 국내 주식 발행 규모는 4,933억원(9건)으로 이전 달인 9월의 5.877억원(19건)보다 16.1% 감소했다.
통상 공모주 펀드는 자산의 80%(20%는 IPO 기업에 투자)를 채권,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이나 하이일드혼합형으로 이뤄져 있다. 기대수익률은 낮지만 손실 가능성이 적다. 이에 변동성이 확대된 장세에서 수익률이 좋아지고 자금도 몰려야 하지만 반대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대체투자처가 공모주 펀드를 대신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가 부진할 때 그래도 실물에 기댈 수 있는 부동산 펀드가 인기를 보이는데 국내 부동산 펀드는 올들어 2.28%, 3개월 동안 1.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내년에는 현대오일뱅크, 카카오게임즈, 야놀자 등 알짜 기업 IPO가 예정돼 있어 공모주 펀드의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위험회피성향이 부각되며 비교적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가 반등할 불씨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