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지난 11월 16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인천에서 또래 중학생을 집단폭행한 뒤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10대 남녀 4명이 상해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의 패딩점퍼를 입고 법원에 출석해 논란을 빚은 피의자에게는 사기죄가 추가로 적용됐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오세영 부장검사)는 상해치사 등 혐의로 A(14)군과 B(16)양 등 중학생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4명은 지난달 13일 오후 5시 20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C(14)군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군은 1시간 20분 가량 폭행을 당하다가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A군 등 가해자 4명은 옥상에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집단 폭행의 이유는 C군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 얼굴에 대해 험담을 하고 사건 당일 “너희들과 노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었다.
남녀 중학생 4명 가운데 A군 등 남학생 3명에게는 폭처법상 공동공갈·공동상해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C군을 집단폭행할 당시 그의 입과 온몸에 가래침을 뱉고 바지를 벗게 하는 등 심한 수치심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또 경찰에 검거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숨진 C군의 패딩점퍼를 입고 나타나 논란이 됐다. 그는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11일 오후 7시 30분께 자신의 집으로 C군을 불러 “내가 갖고 있는 흰색 롱 패딩이 일본 디즈니랜드에서 산 옷”이라고 거짓말을 한 뒤 시가 25만원 상당의 피해자 패딩과 바꿔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군에게 공갈죄를 적용 여부를 검토했으나 옷을 바꿔 입는 과정에서 강제성은 없었다고 판단해 대신 사기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피의자들의 폭행에 더해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에서 죄책에 상응하는 형이 피의자들에게 선고될 수 있도록 철저히 공소유지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