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앞두고...英·伊·佛, 최악은 면했다

英메이 신임투표 83표차 승리
내년까지 당대표·총리직 유지
브렉시트까진 EU설득 등 험로
伊는 예산안 초안보다 0.36%P↓
EU집행위와 마찰 가능성 줄여
佛도 '노란조끼' 여론 지지 약화
EU내 마크롱 신뢰도엔 타격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열린 보수당 당 대표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후 런던 총리관저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13~14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올해 마지막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의 내홍이 최악의 고비를 넘기며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보수당 내 ‘불신임 쿠데타’로 사퇴 위기에 내몰렸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며 내년 말까지 임기를 지켜냈고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재정적자 폭을 줄인 내년 수정 예산안을 EU에 제출해 마찰 우려를 덜어냈다. 여론을 등에 업고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집회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소 꺾이는 추세다. 다만 각국 정상들이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은 만큼 여전히 존재하는 난관을 헤쳐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이 총리는 12일 보수당 당 대표 신임투표에서 찬성 200표, 반대 117표를 얻어 83표 차로 승리를 확정했다. 앞서 보수당 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강경론자들은 메이 총리가 EU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강력히 반발하며 불신임 서한을 제출했으나 상당수 의원은 더 이상의 혼란을 원치 않았다. 메이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상당수의 동료가 반대표를 던진 만큼 그들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리직을 사수한 그의 앞에는 여전히 EU 설득이라는 큰 산이 놓여 있다. 내년 1월21일 이전으로 미뤄놓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투표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EU의 양보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 ‘안전장치(백스톱)’에 관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13~14일 EU 이사회에서 이 같은 우려를 완화할 법적·정치적 확약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U가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은 만큼 의미 있는 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메이 총리도 EU와의 재논의 결과가 과연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를 묻는 말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영국의 한 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메이 총리가 브뤼셀에서 약간의 조정은 하겠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하원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똑같은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 총리가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온다면 ‘노딜 브렉시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나 소프트 브렉시트, 정부 불신임 제출 및 조기총선 등에 대한 주장이 힘을 받을 경우 혼란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날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의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04% 수준으로 초안보다 0.36%포인트 낮춘 수정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하며 양측 간의 대립 가능성을 낮췄다. 이탈리아는 지난 10월 내년도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2.4% 수준으로 짠 예산안을 EU 집행위에 제시했으나 거부당했다. EU는 회원국이 GDP의 3%를 넘는 적자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미 권고치(60%)의 2배 이상인 GDP 기준 131%의 국가부채를 떠안은 이탈리아에는 2%대의 적자예산도 과하다는 이유로 긴축예산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다만 EU 집행위가 이탈리아의 새 예산안을 수용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수일간의 심의 결과 수정안이 최종 거부될 경우 이탈리아는 GDP의 0.2% 수준에 달하는 벌금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양측의 보다 심각한 대립과 EU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한 지지가 크게 약화되면서 시위의 기세가 어느 정도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1일 여론조사 업체 오피니언웨이가 실시한 설문 결과 집회가 계속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5%에 그쳤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폭력시위 사태 다음날인 2일 72%에 달했던 지지율이 일주일 새 30%포인트가량 낮아진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저녁 담화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이에 따라 프랑스의 고질적 재정적자에 또다시 적신호가 켜지며 EU 내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신뢰도와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내년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EU의 권고 상한선인 GDP의 3% 선을 훌쩍 넘긴 3.4% 안팎으로 관측된다. 이미 EU 집행위는 프랑스의 새 재정지출 계획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국 불안도 여전하다. 집회에 이어 이번에는 프랑스 중도좌파 의원들이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상정했다고 CNBC가 12일 보도했다. 마크롱 소속 정당이 하원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 안건 통과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시험대의 끝까지 내몰렸다는 점에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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