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대통령 한마디에…후퇴한 국민연금 개혁

현행유지에 기초연금만 10만원↑
보험료율은 최대 13%까지 인상
재정건전화 빠져 2057년 기금고갈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로 올리는 보건복지부의 연금개혁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반려했다. 보험료 부담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한달여 만인 14일 복지부가 내놓은 최종 정부 안은 보험료를 아예 올리지 않거나 최대 13%로 조정하는 방안을 담았다.

그나마 보험료도 5년마다 1%포인트 인상으로 잡았다. 기초연금만 10만원 인상하는 안도 있다. 국민부담은 줄였지만 사실상 재정 건전화 방안이 빠진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복지부가 공개한 안은 4개다. △1안 현행유지 △2안 기초연금강화 △3안 노후소득보장강화1 △4안 노후소득보장강화2 등이다. 1안은 오는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기로 한 기존 계획을 유지하고 보험료율도 9%로 동결한다. 기초연금은 계획대로 2021년부터 30만원으로 올린다. 2안은 대체율과 보험료율은 1안과 같지만 기초연금을 2022년부터 40만원으로 인상한다. 3안은 2021년부터 대체율을 45%로 하되 보험료율은 그해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12%까지 상향하고 4안은 대체율 50%(2021년)에 보험료율을 최대 13%까지 인상하는 내용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퇴짜를 놓은 복지부 안에는 현행유지가 없었다. 또 최고 인상률은 15%였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복지부 안은 처음보다 크게 후퇴한 셈이다.

이는 여론을 살피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결과다. 국민들은 보험료 추가 납부를 원하지 않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앞선 보고 때 빠진 현행유지안이 포함된 데 대해 “국민 상당수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결국 1안이나 국가재정으로 돈을 더 주는 2안이 유력하다는 해석이 많다. 2안을 선택하면 기초연금 지급에 2088년까지 1,416조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또 국민 불안을 고려해 지급보장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저항이 심한 보험료 인상은 피하고 숙제를 미래세대로 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빈난새기자 susop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