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야 부티나/사진=연합뉴스
미국 정가에 ‘러시아 미녀 스파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마리야 부티나(29)가 13일(현지시간) 심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부티나는 이로써 앞서 검찰과 합의한 ‘유죄 답변 거래’(plea deal 혹은 plea bargaining)를 이행하며 법원의 감형 처분을 기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유죄 답변 거래는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 주는 제도다.
러시아 타스와 미국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부티나는 이날 워싱턴 D.C. 법원에서 열린 첫 심리 공판에서 여러 혐의 가운데 미국 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위반할 목적으로 러시아와 미국 인사들과 공모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2015~2018년 사이 미국에 해를 끼치기 위해 미국 내 인사들과 공모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판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또 변호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사에게 유죄 답변 거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티나가 러시아 지도부를 위해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점을 시인했다면서 그녀는 미국 유명인사들과 접촉하려 시도했으며 이 같은 그녀의 행동을 러시아 관리가 지도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미 검찰은 아메리카대학 대학원생이면서 총기 소지권 옹호론자 활동을 하는 부티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의원들과 밀접한 관계인 미국총기협회(NRA)에 침투하려고 러시아인과 2명의 미국인과 접촉했다고 기소장에서 주장했다.
검찰이 지목한 러시아 관료는 전직 상원의원이자 지난달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직에서 물러난 알렉산드르 토르쉰이고, 미국인 중 한 명은 부티나와 만난 적 있는 공화당 소속 정치활동가 폴에릭슨이다.
부티나의 이날 공판 진술은 그녀가 미국 FARA법을 위반한 점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FARA에 따르면 다른 나라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 등은 미 법무부에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고 정기적인 활동 내역과 재정 현황 등을 보고해야 하지만 부티나는 이런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판사는 부티나가 해당 혐의에 대한 유죄 인정으로 최대 5년의 징역형 혹은 25만 달러(약 2억8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동시에 미국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죄 인정은 중요한 감형 사유가 되기 때문에 부티나의 형량이 몇 개월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부티나는 러시아 크렘린궁의 지시를 받아 워싱턴 정계에 침투하려 한 혐의로 지난 7월 미 당국에 체포돼 수감됐다.
하지만 부티나 자신은 물론 러시아 당국도 이같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앞서 “부티나와 관련한 과정은 사법절차와 아무런 연관도 없으며 정치적 압박일뿐”이라고 비난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