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보석’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였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4일 밤 서울 중구 자택에서 나와 남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황제보석’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였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14일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보석 결정 때만큼 긴급한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이 보석을 결정할 때는 재판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지만, 이제 그런 사유도 소멸됐다고 봤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의 혐의가 무거워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보석이 취소됨에 따라 이날 오후 8시10분께 그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했다. 두꺼운 점퍼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 전 회장은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21일 4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으나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62일 만인 3월 24일부터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이듬해 6월엔 보석 결정까지 받으면서 7년 9개월가량 불구속 상태였다.
1·2심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그에게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은 다른 배임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벌금을 1심의 20억원보다 줄어든 10억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번째로 열린 2심은 대법원 취지대로 206억여원을 횡령액으로 다시 산정해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사건을 재심리한 대법원은 이번엔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는 취지로 지난 10월 2심 재판을 또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시민단체는 그동안 이 전 회장이 버젓이 음주·흡연을 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그의 보석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해 검찰 역시 지난달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법원에서 사실상 유죄 취지로 사건이 파기돼 실형 선고가 예정되는 상황이고, 그의 건강상태가 보석을 유지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보석 취소 의견서를 냈다.
이 전 회장 측은 지난 12일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보석 결정은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이지 특혜가 아니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보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이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장기간 수감 생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