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담아야 겨우 수익률 방어...삼성그룹펀드 호시절 다갔네

같은 운용사 삼성그룹 펀드지만
혼합-주식형 수익률 격차 10%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의 부진에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삼성그룹주 펀드도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채권 투자를 병행하는 혼합형 상품과 삼성그룹 종목에만 집중하는 주식형 상품의 수익률 격차가 10%가량 벌어지는 등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담은 펀드의 수익률 하락세가 뚜렷하다.


1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한국투자삼성그룹증권자투자신탁’의 6개월 수익률은 -9.29%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전체 투자자산 중 삼성전자 비중이 17.98%로 가장 높은데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액면분할 이후 줄곧 내리막을 타면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같은 삼성그룹 펀드인 ‘한국투자퇴직연금삼성그룹40증권자투자신탁’의 경우 6개월 수익률이 -0.27%로 ‘한국투자삼성그룹증권자투자신탁’보다 성과가 좋았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펀드지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혼합형 펀드라는 차이점이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한국투자퇴직연금삼성그룹40증권자투자신탁’이 2.16%의 수익률로 손해를 보지 않고 있다.

같은 삼성그룹 펀드지만 채권혼합형 상품이 주식형 상품의 수익률을 압도하는 상황은 다른 운용사 상품에서도 나타난다. IBK자산운용의 채권혼합형 삼성그룹 펀드인 ‘IBK퇴직연금삼성그룹40증권자투자신탁’의 6개월 수익률은 -1.16%로 선방했지만 주식형 상품인 ‘IBK삼성그룹증권자투자신탁’은 8% 하락했다. ‘IBK삼성그룹증권자투자신탁’도 한투운용의 삼성그룹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전체 투자자산 중 삼성전자의 비중이 21.24%로 가장 높아 최근 급락장에 그대로 노출됐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내년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형 펀드들이 삼성전자 비중을 빠르게 줄일 경우 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펀드시장에서 삼성그룹주 펀드는 물론 성장주·가치주 펀드를 가리지 않고 삼성전자를 많이 담고 있는 대형 펀드들이 많다”며 “해당 펀드들이 내년 불확실성을 이유로 삼성전자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면 주가가 지금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펀드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액티브 주식형 펀드인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은 삼성전자 비중이 7.39%로 투자자산 중 가장 높은데 올해 수익률이 -16.27%로 부진하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