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우키 ‘29.01.64’.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약 2,600만 달러에 팔렸다. /사진출처=크리스티
아트바젤(Art Basel)과 UBS가 공동으로 발행하는 ‘2018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3대 경매 시장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영국이었고 총액으로는 미국이 35%, 중국은 33%, 영국은 16%를 차지해 전체의 84%를 점유했다. 그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의 거래는 전년 대비 약 20% 상승해 9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50억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던 2011년과 비교하자면 많이 못 미치는 수치지만 수년간의 정체기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해석된다. 그리고 거래 경향에도 변화가 나타나 고가의 작품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다. 150만달러 이상에 거래된 작품의 숫자는 전년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고 총액으로도 약 47% 상승했다. 가격대가 더 높은 초고가 작품군의 경우에는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1,500만달러(한화 약 170억원) 이상에 거래된 작품 수는 2016년 18점에서 2017년 30점으로 늘었고 거래 총액도 70% 가까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리고 미술시장 분석 전문매체인 아트프라이스닷컴이 발표한 올 상반기 ‘세계미술시장 리포트(Global Art Market Report)’에 따르면, 중국 작가 자오우키가 2018년 상반기에만 총 268점에 거래 총액 약 1억5,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중국 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를 보였다. 전체 작가 중에는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시장에서의 강세가 보여주듯 자오우키의 작품 가격은 최근 연이어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964년작 ‘29.01.64’가 약 2,600만 달러에 팔려 당시 작가 최고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자오우키 ‘14.12.59’. 2007년 홍콩 경매에서 380만 달러에 거래된 후 11년 만인 지난 5월 경매에서 약 2,250만 달러에 다시 팔렸다. /사진출처=크리스티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959년작 ‘14.12.59’가 약 2,250만 달러에 팔렸는데, 이 작품은 앞서 2007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약 380만 달러에 거래됐던 작품으로 11년 만에 6배 가량 가격 상승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난 9월 홍콩 소더비에서는 ‘6월-10월(Juin-Octobre) 1985’가 약 6,500만달러에 팔려 기존의 최고가 기록을 두 배 이상 훌쩍 넘으며 또 다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중국출신의 대표적 작가 자오우키는 1920년 중국 북경에서 태어나 1948년 부인과 함께 파리로 이주, 이후 60년 이상을 파리에서 살면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2013년 스위스에서 사망했다. 그림은 1935년부터 1941년까지 항저우의 국립미술학교에서 중국 근대화단을 대표하는 우다유, 린펑미엔 등에게 배웠는데, 파리로 건너가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후에는 1957년부터 1958년까지 미국·일본·홍콩을 여행하며 전후 세계미술의 맥락 속에서 이후 그가 갈 예술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미술계도 2차 세계대전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었는데, 이전의 형식으로부터 탈피하여 아방가르드 회화의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가 나타났고 예술가들은 추상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뉴욕에서는 액션 페인팅이 널리 퍼져 있었는데 행위적 회화의 제스처는 캔버스에 움직임을 그려 넣고 그 과정이 작품의 중요한 부분이 되면서 그림은 화가의 에너지가 쏟아내는 결과물이 되었다. 이 때 마크 토비, 잭슨 폴락 등과 파리의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쥬 등은 중국 서예에 대한 관심으로 먹과 페인트를 사용하며 추상적 미감과 모호함, 신비로움에 대한 관심으로 동양의 정신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자오는 당시 뉴욕의 쿠츠 갤러리(Kootz Gallery)에서 함께 전시했던 프란츠 클라인, 필립 거스톤, 마크 로스코, 아돌프 고틀립 등 주요 작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아, 1950년대 초기 작품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갑골문자 형상으로부터 점차 큰 캔버스에 굵은 선이 드러나는 1960년대를 대표할 새로운 양식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작품의 제목도 1958~59년부터는 작품을 완성한 날짜로 붙이기 시작한다. 구체적인 의미를 떠올리지 않음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그리고 자오우키는 1970년대 이후 다시 중국의 전통인 붓과 잉크로 돌아가 동서양의 개념적 뿌리를 탐구하는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자오우키 ‘6월-10월, 1985’. 지난 9월 홍콩 경매에서 약 6,500만 달러에 팔려 작가 최고거래가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사진출처=소더비
자오우키의 이름인 조무극(趙無極), 즉 무극은 ‘한계 없음(No Limits)’을 뜻한다. 평생 유화와 수묵화, 석판화 등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서로 다른 문화를 포괄적으로 끌어안으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자오우키의 작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아서, 생전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였고 지금도 그 수요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그의 작품은 20개국 이상의 150개 이상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으며, 뉴욕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미술관, 테이트모던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9월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에서 있었던 미국에서의 첫 회고전 ‘노 리미트:자오우키’는 중국 전통회화에 뿌리를 두면서도 동시대 서구의 중요한 화가들과 영향을 주고받고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모더니즘을 수렴한 그의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그리고 그가 60여 년을 살았던 파리의 근대미술관에서는 지금 그의 회고전이 한창이며 내년 1월6일까지 계속된다. 자오우키는 이렇게 멀고도 멀었던 서로 다른 두 개의 전통을 받아들여 이를 넘어서는 반짝이는 회화적 성취를 이뤄냈다.
/서울옥션(063170) 국제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