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선고 받고 법정 나서는 ‘트럼프 前개인변호사’ 코언/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은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알고 있었으며, 돈 지급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코언은 14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관계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주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 지급의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캠프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이라는 걸 알았고 ‘입막음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화가 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으로 그런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코언이 ‘입’을 연 것은 지난 12일 1심 선고 공판 이후 처음이다.
코언은 특히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도록 지시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성관계 의혹)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매우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언은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선) 조직에서 트럼프를 통하지 않고는 어떤 일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가 나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지시했고, 그가 나에게 이 일에 연루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형량 감축을 위해 유죄를 인정하며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언급’에 대해 “이는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 없다”면서도 “그도 진실을 알고 나도 진실을 안다”고 했다.
코언은 “그가 하는 말을 믿지 말라.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더러운 행위에 대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진실로 충성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충성을 바쳤다. 내가 거짓을 말하는 건 이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끝났다”며 “남은 인생을 내가 한 잘못을 바로잡으며 보낼 것이고 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이야기 속의 ‘악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언은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수사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와 관련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내가 그들에게 주는 정보가 신뢰할만하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들(특검팀)은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 상당한 양의 정보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특검팀 조사에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코언은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통령직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대로 소리 지르며 지시하고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이를 따르던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과는 다르다. 그 압박이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한 것 같다”며 “여기(국정운영)에는 시스템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라가 일찍이 이보다 더 분열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슬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트위터를 그만두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대신 통합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백악관은 코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반박에 나섰다.
호건 기들리 부대변인은 “언론들이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인에게 신빙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코언은 “스스로 인정한 거짓말쟁이”라고 반격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스스로 인정한’이라는 표현은 의회 위증 혐의에 대한 부분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의 인터뷰 후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코언은 지난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 시절 트럼프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고 의회에서 위증했다는 혐의 등으로 뉴욕연방지방법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위증 혐의는 트럼프 측이 러시아에 트럼프타워를 지으려고 했던 계획과 관련해 의회에 거짓 증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에 올린 글과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나는 결코 마이클 코언에게 법을 어기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며 코언이 형량 감축 등을 위해 검찰과 협상을 벌인 것이라고 역공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8월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2명의 ‘입막음’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미 언론들은 당초 ‘입막음 돈 ’지급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지시하거나 위법 자행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쪽으로 말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