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 2차 촛불 추모제/사진=연합뉴스
이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를 기리기 위한 2차 촛불 추모제가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김씨를 추모하는 한편 왜 위험은 하청 노동자의 몫이어야만 하느냐면서 노동 사회 곳곳에 만연한 ‘죽음의 외주화’를 비판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에서는 이날 앞서 공개된 김씨의 유품과 함께 부모님과 같이 찍은 사진, 김씨가 지난해 9월 한국발전기술의 컨베이어 운전원으로 입사하기 직전 정장 차림으로 멋쩍은 듯 웃는 생전 영상 등이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김씨는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추모제에 나온 김씨의 동료들은 추모사에서 “밥 먹을 시간도 모를 만큼 열심히 일한 용균아 미안하다”며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설비, 근무조건을 개선해달라고 더 크게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24살 꽃다운 나이에 너를 먼저 보내는구나. 다음 생에는 비정규직 없는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라. 그곳에서는 무섭지 않게, 외롭지 않게 편하게 잠들거라”라고 하늘에 전했다.
KT상용직 노동자 나남균 씨는 자유발언에서 “왜 노동자의 아들만 죽어야 하느냐”며 “죽음의 외주화는 우리가 반드시 바꿔야 한다. 젊은 동지들이 죽지 않고 잘 사는 나라, 좋은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동갑이라는 대학생 신 모 씨는 “너무나도 분노스럽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라고 했는데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냐”고 외쳤다.
고 김용균 씨 유품/사진=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김씨의 유품에는 면봉과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지시사항을 적어둔 것으로 보이는 수첩, 물티슈, 우산, 샤워 도구, 속옷, 발포 비타민, 김씨의 이름이 붙은 작업복과 슬리퍼 등이 포함됐다. 수첩과 슬리퍼 등에는 곳곳에 탄가루가 묻어 있었다.
특히 종류별 컵라면과 각종 방향제, 고장 난 손전등과 건전지 등이 들어 있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김씨와 함께 일한 동료에 따르면 탄가루 탓에 코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작업장에서 김씨는 헤드 랜턴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일했다. 유품 중 하나인 손전등은 회사에서 지급한 것과는 다른, 김씨가 사비를 들여서 산 것이라고 한다.
현장조사 당시 김씨의 어머니가 “일할 때 영상 통화하면 아들은 매번 탄 치우러 간다고 했는데 밥은 어떻게 먹느냐”고 동료에게 물었다.
이에 동료는 “원청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원청에서) 낙탄 치우라고 수시로 지시가 내려온다”며 “언제 지시가 내려올지 몰라 식사 시간이 없어서 매번 라면을 끓여 먹이고 그랬다”고 답했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김 모(당시 19세) 군의 가방에서도 밥 대신 먹었다던 컵라면이 나온 바 있다.
김군이 사망한 지 2년이 지난 올해 추모제에서도 김군에게 전하는 편지, 국화와 함께 컵라면 등이 놓였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