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에세이] 바람직한 중증 건선 치료환경

송해준 대한건선학회장·고려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


춥고 건조한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건선 환자들은 요즘 같은 시기에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아 괴로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건선은 과도한 이상면역반응의 결과로 피부에 은백색 각질로 덮인 붉은 발진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머리 피부와 팔꿈치·무릎·정강이·몸통 등에 잘 생긴다. 방치하면 병변이 온몸으로 퍼지며 가려움증, 피부 갈라짐에 의한 출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비전염성이지만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어서 환자는 피부 병변으로 직접적인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관절염, 대사이상 질환 등 전신에 걸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일상생활과 직업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건선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17만명가량 되는데 진료를 받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아 실제 환자는 인구의 0.5~1%인 25만~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건선으로 의심되는 소견이 나타나면 민간요법·자가치료에 의존하지 말고 조속히 피부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대책을 세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 건선은 당뇨병·고혈압 등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일상생활과 직업활동에 큰 지장을 받지 않게 된다.


먹고 바르는 약과 광선치료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치료방법은 중등도 이하의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이며 경제적이다. 반면 중증 환자들을 장기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데는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생물학적 제제’라고 불리는 신약들이 본격 사용되면서 중증 건선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 약제들은 건선 발병과 지속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특정 염증유발 물질만 선택적으로 억제해 수개월 안에 정상생활이 가능해질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서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연간 약 1,000만원 이상의 약제비가 든다. 반면 전신치료제 복용과 광선치료를 각각 3개월씩 총 6개월간 연속해서 받았는데도 병변이 체표면적의 10% 이상이고 중증도 점수(PASI)가 10점 이상인 중증 건선 환자는 건강보험 본인부담률 10%로, 두 종류의 전신치료 중 한 가지를 3개월간 받았으나 호전이 없으면 본인부담률 60% 수준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북미·유럽 국가와 아시아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중증 건선 환자가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생물학적 제제 약제비가 전체 건선 환자 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장기 사용 시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아직 충분하지 못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하려면 중증도 평가, 부작용 예방과 건보 적용 요건 충족 여부 확인을 위한 병력·과거 의무기록 검토와 관련 검사, 치료와 관련된 설명 등으로 과도한 부담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 수가(酬價·서비스 가격) 체계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

건선 환자와 가족은 생물학적 제제가 완치 목적의 치료제가 아니며 현재의 불충분한 안전성 자료에도 불구하고 이 약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인 중증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사용되는 약제라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에서 생물학적 제제 치료가 꼭 필요한 중증 환자들에게 최대 효용을 주고 안전하게 사용되려면 환자·의료진·건강보험당국과 제약회사가 최선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외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들을 면밀히 검토해 중증 환자에 대한 심층진료, 중증도 평가, 자가주사 교육·상담 등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책정과 생물학적 제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사전 승인하는 전담기구 설치도 진지하게 고려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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