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의원은 명단 발표 직후 지난 15일 “이번 발표로 비대위의 속셈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당의 주인은 우리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당의 주인인 의원을 외부인(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 위원들)이 내쫓는 격이라며 쏘아붙인 것이다. 그는 “하루이틀 더 생각해보고 추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상현 의원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이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최근 끝난 당무 감사에서도 개인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두세 배 높아 최상위권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책임을 요구받았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이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인명진 비대위에서 당원권 정지를 받았던 일을 언급하며 “과거 친박에 대한 3중 처벌”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김용태(오른쪽) 위원장과 이진곤(왼쪽) 외부위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계의 이 같은 반발은 향후 계파 갈등 재점화는 물론 ‘전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친박 의원 3~4명을 중심으로 최근 ‘친박 신당론’이 불거진 터라 내홍이 격화할 경우 대(對)정부 투쟁의 동력이 시동도 걸기 전에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친박·잔류파의 지지로 당선된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장도 난처할 수밖에 없다. 홍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잔류파 의원들은 이르면 17일 향후 대응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이 당장 당을 떠나 분란을 키우기보다는 상황 관망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 원내대표가 ‘구제 가능성’을 언급한데다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이번 결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적 쇄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큰 만큼 결과에 대한 반발이 또다시 계파 갈등이나 극단적 대립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강특위 위원장이자 당협위원장 배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당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세 번씩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주신 지역을 떠난다. 보잘것없는 저에게 보내주신 관심과 격려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강특위는 김 사무총장을 “선도 탈당으로 당이 분당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며 쇄신 대상에 포함했다. 원유철 의원 역시 “당을 살려야 한다는 선당후사의 간절한 심정으로 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저는 앞으로 대한민국과 우리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 성찰하고 고민하면서 더욱 정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