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초과학을 강화하겠다며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박사후연구원(포닥)과 석박사 과정 등 젊은 고급인력이 부족해 국가 연구개발(R&D)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그나마도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가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좌절하는 등 총체적 과학인재 수급난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4일 ‘2018년 우수과학자포상 통합시상식’이 열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한국연구재단의 협조로 진행한 ‘우수과학자가 본 국가 R&D 현실과 혁신 방안’ 좌담회에서 과학자들은 이공계의 위기를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연구인력 수급난으로 과학기술 생태계가 무너지고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는 “연구비가 있어도 연구인력을 뽑을 수 없다. 포닥을 뽑고 싶어도 없다”며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조차 채용할 인재가 별로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 대학원이 근래에 미달됐는데 고대 대학원은 몇 년 전부터 미달이 발생했다. 연구원 없는 연구실도 많다”고 위기의 단면을 소개했다.


젊은 연구인력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다. 이탁희 서울대 교수는 “좋은 포닥을 유치하려면 연봉이 7,000만원은 돼야 하는데 4,000만원밖에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교수들이 노벨상을 못 받는 것도, 리딩하지 못하는 것도 좋은 포닥이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토로했다. 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의 연구현장에서 주52시간제로 ‘헝그리정신’이 줄고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대학원생의 교수 선택 기준도 인건비가 많이 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공계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막상 오라는 곳이 많지 않다. 교수 자리가 한정돼 정부 출연연에 몰리고 있어 경쟁과열로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속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연구인력의 채용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기업으로 눈을 돌리려고 해도 경기마저 얼어붙어 여의치 않다.

‘2016년 한국과학상’을 받은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우수연구인력이 와서 학계·출연연·기업 진출로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학원은 미달 사태가 나고 졸업생은 사회 진출이 쉽지 않다”며 “연구인력 양성화, 사회진출 활성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