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성(사진) 세아홀딩스(058650) 부사장이 투자 전문 회사인 ‘에이치피피(HPP)’를 통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HPP는 세아그룹의 본업인 철강을 넘어 디지털솔루션 업체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아 측은 현재로서는 HPP의 투자와 세아그룹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창업 3세인 이 부사장이 직접 관여하고 있는 만큼 향후 미래 세아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HPP는 최근 미국 디지털솔루션 업체인 ‘55파운드리’에 84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세아홀딩스의 자회사인 세아알앤아이를 통해서도 55파운드리에 84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사모전환사채(CB) 투자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투자에 대해 세아 관계자는 “HPP가 55파운드리의 미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이번 투자로 디지털 환경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된다면 향후 좋은 자산과 노하우가 되리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설립된 HPP는 대표를 맡고 있는 이 부사장이 지분 93.24%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인 채문선씨가 나머지 지분 6.76%를 소유하고 있다. HPP는 지난해 10월 세아홀딩스 지분 5%를 취득하기도 했다.
HPP는 세아그룹의 주력인 철강업 외 이종사업에 대한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6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센터인 위워크 랩스 소장을 맡고 있는 사무엘 황의 경영 컨설팅 회사 테라아크에 42억원을 투자했으며 중국과 미국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물론 인도네시아 펀드에도 투자했다. 또 HPP는 지난해 라이프 스타일 잡지로 유명한 미국 킨포크 본사에 투자한 국내 법인 킨포크 글로벌에 7억원을 투자했으며 2014년에는 스테인리스강관 제조사인 씨티씨를 3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HPP의 투자가 지금 당장 세아그룹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아그룹의 경우 현재 세아홀딩스·세아제강(306200)지주 두 지주사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미래전략 및 투자 결정을 담당하는 주무부서를 두고 철강과 관련된 분야에서 투자처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아제강은 최근 구조관 시장 진출을 위해 동아스틸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HPP가 세아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세아 관계자는 “현재 HPP의 투자방침과 방향성이 세아그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HPP를 통해 누적되는 노하우와 다양한 경험은 미래의 세아를 이끌어 나가는 데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부사장의 평소 발언을 보더라도 HPP의 역할이 세아그룹과 무관한 단순 투자 회사에 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부사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철강인으로 살았던 모습을 보며 자랐고 그분들의 유산이 내게 남아 있기 때문에 철강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기에는 태생적으로 힘든 구조”라면서도 “다음 세대는 철강기업 세아의 성장사를 직접 보지 못했고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철강업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미래 세아인들에게는 또 다른 유산을 남겨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