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경장벽 예산' 대치로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커져

백악관 “장벽 건설, 필요한 모든 것 하겠다”…셧다운 압박
민주 “어떠한 투표도 없을 것, 트럼프는 장벽 못 얻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두 번째)과 함께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왼쪽),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의 대치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장벽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16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국경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장벽 건설 예산이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를 셧다운 할지를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에 장벽 건설 비용 50억 달러(약 5조6,500억원)를 반영해 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다. 만약 원하는 만큼 반영되지 않으면 연방정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예산 지원 중단으로 연방정부를 멈춰 세우겠다는 것이다.

예산안 처리 시한은 오는 21일로 만약 시한 내 처리가 무산되면 22일 0시부터 대다수 연방기관이 문을 닫거나 최소 가동 체제로 전환한다. 그러나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에 반대하는 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이나 상원에서 장벽에 대한 투표는 없을 것이며, 어떠한 형태로도 장벽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하는 것이라며 일찌감치 정치적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가한 상태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국경보안 때문에 연방정부를 셧다운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발언한 후, 이른바 ‘트럼프 셧다운’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공화당은 예산안 처리 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카드까지 꺼내며 장벽 건설 비용 반영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공화당이 8년간 장악했던 하원 지배권이 내년 1월부터 민주당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지금이 권력 장악력을 잃기 전에 타협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선의 기회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하원을 거머쥐기 불과 몇 주 전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굴복해야 한다는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가 오는 21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예산안은 지난 9월 말 처리 때 합의되지 않은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예산안의 일부분이다. 당시 의회는 국방부, 보훈부, 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의 경우는 1년치 예산 전액을 반영하는 등 전체 연방정부 예산의 75%가량을 통과시켰다. 국토안보부, 국무부, 농림부, 내무부, 재무부, 상무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나머지 25%의 예산이 아직 통과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국방부와 복지부 등은 정상 가동할 전망이다. 또 역대 사례를 보면 예산 지원이 중단되는 부처들도 필수 업무는 인력을 투입해 정상 가동했다. 올해 1월 셧다운 당시에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리 인력 없이 국립공원을 개장했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주 예산으로 운영됐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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