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애경그룹이 1993년에 설립한 백화점 1호점 AK플라자 구로점의 철수를 결정한 데는 점포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의 중심 축이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 오는 등 유통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부진 점포는 접고 잘되는 점포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지역친화경쇼핑센터(NSC·Neighborhood Shopping Center) 육성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NSC는 해당 상권·지역에 맞는 상품구성(MD)·서비스 등을 선보이는 유통시설이다. 크게 도심형, 거주형, 오피스형 등으로 나뉜다. 지난 8월 31일 ‘홍대 시대’를 선언하며 사옥 이전과 함께 문 연 AK& 홍대와 지난 12월 초 개점한 AK& 기흥에 이어 내년 추가 오픈하는 AK& 세종·안산 육성에 집중한다.
AK플라자 관계자는 “NSC형 쇼핑몰은 고정적인 임대 수익을 노리는 유통 모델로 상대적으로 실패 확률이 적다”며 “매년 꾸준한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AK플라자 사업 전반의 영업이익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에 운영되던 백화점은 오히려 NSC와 차별화해 ‘더욱 백화점스럽게’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분당·원주점의 경우 구로점과 같이 ‘세일앤리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매출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철수 계획은 없다. AK플라자 원주점은 올해 증축되기도 했다. 나머지 평택점과 수원점은 민자 역사에 장기간 계약으로 입점해 있어 AK플라자의 지분이 높다.
실제 유통업계는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점포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부진한 엘큐브 철수를 결정했으며 롯데아울렛 의정부점도 이달 영업을 중지했다. 이마트도 지난 5, 6월 각각 대구 시지점과 인천 부평점을 정리했으며 홈플러스도 지난 8월 동김해점 폐점을 결정했다.
애경그룹의 모태인 애경유지공업 공장 터에 세워진 AK플라자는 애경그룹의 활동 주무대나 마찬가지였다. 1993년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구로점은 이듬해 대히트를 쳤던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배경이 될 정도로 서울 서남권 상권의 유일무이한 백화점으로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이후 목동에 현대백화점,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타임스퀘어·롯데백화점, 신도림 현대백화점, 여의도 IFC몰, 가산 아울렛 단지 등 신규 유통업체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상권이 쪼그라들었다. 구로 상권이 여의도처럼 인구가 확장세인 곳도 아닐 뿐더러 고소득층이 있는 상권도 아니었기에 타격은 더욱 컸다.
일찍이 빌딩 주인도 바뀌었다. 애경그룹은 2009년 리츠 ‘유엠씨펨코리테일’에 구로점을 넘겼다. 이후 애경그룹 내에서 AK플라자 구로점과 인천공항점을 운영하는 애경유지공업이 이를 임차해 사용했다. 연간 임대료로만 100억원 규모를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K플라자 구로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임대료 부담은 계속 불어났다. AK플라자 구로와 인천공항점을 운영하는 애경유지공업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각각 67억원,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변수연·이재유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