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대선캠프의 러시아 유착 의혹 관련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성추문 스캔들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의 자금유용까지 확대된 가운데 미국인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을 의심하며 등을 돌리자 일각에서는 중간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재선에 시동을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인 대다수는 여전히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취업률 등 경제지표가 꺾이지 않는 한 재선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9~12일 미국 성인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38%에 그친 반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는 응답은 52%에 달했다. 지지율도 연일 하락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는 대답은 43%로 11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한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포인트 높아진 54%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6중간선거 이후 대대적인 개각으로 본격적인 재선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여론이 그의 재선에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정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는 8월의 56%에 비해 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트럼프의 대통령직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기소된 측근들이 최근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기닝’을 선택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측근들의 플리바기닝이 트럼프 대통령의 범법행위를 시사한다는 응답은 8월 대비 6%포인트 상승한 46%에 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러시아가 그를 지원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작을 지속했다는 보고서 초안을 입수 보도해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에 한층 불을 붙였다. 미 상원 정보위용으로 작성된 러시아의 미 대선 관련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한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러시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모든 SNS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한 공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 직후 6개월간 더 집중적으로 온라인 공작을 벌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6년 인스타그램의 러시아 계정에서는 월 2,600개 정도의 관련 게시물이 생산됐지만 2017년에는 월 6,000개로 늘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유착 의혹 관련 특검 수사가 연일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며 숨통을 조여오자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특검과 과거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거듭 비판하고 수사에 협조한 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쥐새끼(rat)”라고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 또 다른 트위터에서는 자신을 풍자한 NBC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대해 “진짜 스캔들은 NBC 같은 방송사들과 SNL 같은 민주당 스핀머신(여론 조작·홍보기구)의 일방적 보도”라며 당국의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과 미국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에도 높은 취업률 등 양호한 경제지표가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또한 여전하다. CNN은 이날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시장의 방향성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특히 임기 후반에도 지금과 같은 3%의 취업 증가율을 유지한다면 재선에 성공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대다수 미국인들은 미국이 잘못된 경로로 들어섰다고 보지만 경제는 평균 이상의 좋은 성과를 냈다는 복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