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부산신항만 운영권 되찾아

2년전 매각가격에 2배 줘
정부주도 구조조정 문제 시인



부산 신항에서 작업 중인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제공=현대상선

현대상선이 지난 2016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헐값에 매각한 부산항 신항 4부두(HPNT) 지분 인수를 완료하고 운영권을 되찾았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거점 항만인 HPNT 이용료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다만 해운업 구조조정 당시 채권단의 압박으로 헐값에 매각한 핵심자산을 2년 만에 두 배나 비싼 돈을 주고 되사오는 등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됐다.


17일 현대상선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HPNT 공동 운영을 위한 ‘유안타-HPNT 사모투자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총 2,212억원을 투자해 와스카(SPC)가 보유하고 있는 HPNT 지분 50%-1주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1,270억원)과 해양진흥공사(500억원)가 80%를 투자하고 나머지 20%는 HPNT를 공동 운영하는 싱가포르계 항만 운영사 PSA가 인수한다. 유안타-HPNT 사모투자합자회사가 HPNT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HPNT 지분 구조는 현대상선 10%, PSA 40%, 유안타-HPNT 사모투자합자회사 50%로 바뀌게 됐다.

현대상선은 이번 HPNT 지분 인수로 항만 이용료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HPNT 하역요율 인하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와 오는 2020년 2·4분기에 인도될 예정인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안정적 기항을 위한 선석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2년 전 쫓기듯이 싸게 매각한 자산을 되사오는 등 값비싼 기회비용을 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현대상선은 2016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요구로 PSA에 지분 40%+1주를 800억원에 매각하고 HPNT 대주주 지위를 잃어버렸다. 이는 앞서 2014년 3월 현대상선이 IMM인베스트먼트에 HPNT 지분 50%-1주를 2,500억원을 팔 당시보다 헐값이다. 또한 현대상선은 이번에 지분 40%를 되사면서 총 1,770억원을 투자하는 등 매각 당시보다 두 배나 비싼 돈을 지불했다. 특히 현대상선은 지분 매각과 함께 운영권도 넘어가면서 과거 불리하게 맺은 항만 이용 계약 조건을 계속해서 떠안아야 했다. 현대상선은 2010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인 뉴오션웨이유한회사에 HPNT 지분 50%-1주를 넘기면서 항만 이용료율을 상향시키는 한편 2023년까지 연간 최소 70만개의 물동량을 보장하고 미달 시 페널티까지 무는 불리한 계약을 한 바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