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국내 증시의 침체로 노후자금이 주가연계증권(ELS) 등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LS의 경우 미중 무역 갈등으로 하락 폭이 커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불완전판매에 취약한 고령 투자자의 노후자금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이 증권·은행 권역에서 판매되는 ELS 등의 개인투자자 연령대, 평균투자 규모, 투자경험 여부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101조원이며 이 중 개인투자자 잔액은 47조2,000억원(46.7%)이었다. 60대 이상이 전체 투자액의 41.7%를 차지했다. 개인투자자 연령대별 투자액을 보면 50대가 14조5,000억원(30.7%)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12조원(25.4%), 40대 8조7,000억원(18.4%), 70대 5조9,000억원(12.5%), 30대 이하 4조2,000억원(8.9%), 80대 이상 1조8,000억원(3.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 투자자 수도 50대 29.8%, 40대 21.5%, 60대 21.2% 순으로 60대 이상이 전체 투자자 수의 30.2%를 차지하는 등 ELS 등 파생결합증권에 노후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투자액도 연령대가 높을수록 컸다. 80대 이상은 1억7,230만원에 달했고 70대 1억230만원, 60대 7,530만원, 50대 6,500만원, 40대 5,410만원, 30대 이하는 3,080만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1인당 평균투자금액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 등이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할 노후자금의 투자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령층의 신규 투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파생결합증권 신규 투자자 비중은 60대 22.0%, 70대 19.0%, 80대 이상 20.0% 등이다. 고령 투자자는 접근성과 편의성 등에서 은행을 통해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신탁이 전체투자액의 75.8%였으며 은행신탁의 1인당 평균투자액은 6,400만원으로 증권사보다 1,100만원 더 많았다. 금감원이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한 결과 은행이 증권사에 비해 불완전판매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ELS 등 파생결합증권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70대 이상 고령 투자자와 투자부적격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투자자 숙려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쓸 방침이다. 특히 지수 쏠림 현상이 커질 경우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발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 올 초 폐지된 ELS 발행총량규제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