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피해자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딸의 한을 풀어달라는 글을 올렸다. 18일 오전 1만 6,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올해 7월 인천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여중생이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한 남학생은 피해 여중생을 성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2차 가해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강간 혐의로 중학교 3학년 A(15)군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또 강제추행 혐의로 고등학교 3학년인 B(18)군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등학교 1학년 C(16)군을 각각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군은 2016년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 여중생 D(15)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같은 해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던 B군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D양의 고민을 듣고 오히려 “이를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C군은 같은 해 SNS에 D양을 성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올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족들은 다른 남학생 2명도 D양을 SNS 등에서 협박했다며 추가 고소했지만 검찰에 송치된 학생 중 1명이 가짜 SNS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은 D양과 가해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 매체에 남은 정보를 분석) 기법으로 분석해, 이들이 성폭력 피해와 관련해 대화를 주고받은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급생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진술을 받고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정확한 시점은 특정되지 않지만 성폭력 피해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가해 남학생은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여중생의 아버지는 앞서 지난달 ‘성폭행과 학교 폭력으로 숨진 딸의 한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리고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성폭행과 학교 폭력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사건이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전까지 1만6,974명이 동참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