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 뛰면 물가 확 오른다

통계청 '물가지수' 가중치 개편
해외여행비·휴대폰 비중 커지고
맥주·전기료·급식비 등은 작아져


서울 종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거의 매일 커피 1~2잔씩은 꼭 마신다. 출근길 회사에 들어가면서 한 잔, 점심 식사 후 직장 동료들과 또 한 잔. 직장인들이 점심을 마친 오후1~2시에는 A씨 같은 사람들로 한 집 건너 하나씩 있는 커피 전문점이 붐빈다. A씨는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 한 잔 값을 3,000원으로 치면 A씨가 커피를 사 마시는 데 쓰는 돈만도 한 달에 10만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커피값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반대로 맥주값은 작아진다. 한 가구의 전체 소비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데 들어가는 돈이 많아진 반면 호프집 등에서 즐기는 맥주 비용은 줄어든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통계청은 18일 “지난 2015년 기준이던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가중치를 지난해 기준으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총 460개 개별 품목 가격으로 구성된다. 가구의 소비지출액을 근거로 가중치가 결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물가지수가 산출된다. 가장 최근의 소비지출액 변화를 반영해 물가지수가 보다 현실성 있게 산출될 수 있도록 가중치를 개편한 것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가중치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가구의 소비지출이 늘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으로 △해외 단체여행비(10.0→13.8) △커피(4.8→6.9) △휴대전화기(8.2→9.9) △대형승용차(5.1→6.5) △다목적승용차(8.9→10.2) 등은 가중치가 커졌다. 반면 △도시가스(18.3→14.8) △휴대전화료(38.3→36.1) △중학생학원비(18.0→15.9) △학교급식비(4.0→2.0) △전기료(18.9→17.0) 등은 작아졌다. 맥주도 8.3에서 6.5로 가중치가 낮아졌다.

가중치 상위 품목을 보면 전세(48.9)와 월세(44.8)가 1·2위로 높았다. 다만 전세는 가중치가 49.6에서 0.7 줄어든 반면 월세는 43.6에서 1.2 커졌다. 그다음으로는 휴대전화료(36.1), 휘발유(23.4), 공동주택 관리비(19.0) 순이었다. 전기료(17.0)와 외래진료비(16.3), 중학생학원비(15.9), 도시가스(14.8), 고등학생학원비(14.0)도 가중치가 큰 축에 들어갔다. 김 과장은 “직장인들의 커피 소비가 늘어난 반면 회식 문화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호프집에서 즐기는 맥주 소비가 줄어든 게 이번 가중치 개편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가중치 개편과 함께 농산물같이 일정 기간에만 가격조사가 가능한 계절 품목 14개의 가격지수 작성 방식도 변경했다. 이 같은 개편 방식을 적용했을 때 2015년 기준 가중치로는 1.6%인 소비자물가가 1.5%로 0.1%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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