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규모 있는 자금이 투입되어야만 벤처기업들이 스케일업을 넘어 유니콘으로 클 수 있다”며 “경영자의 능력이나 영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단계 이상 넘어가면 실질적으로 자금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이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초기 기업이 창업에서부터 안정적 매출을 내면서 신사업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누적 투자금액이 최소 50억~60억원 이상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스타트업계는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VC 등이 스타트업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집행했을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나 대기업이 설립한 벤처지주회사 등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이 손꼽힌다. 지난 8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기업이 벤처지주회사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려 할 때 장벽이 있으면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언급한 것도 업계 호소에 대한 화답이다.
하지만 정부가 단순히 스타트업 투자를 유도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지원법을 제정해 액셀러레이터 설립을 촉진하는 것도 좋지만, 실질적인 투자를 집행하기보다 정부 자금을 타내는 데 혈안이 된 일부 액셀러레이터는 솎아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비재 분야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최진원(가명) 대표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언제나 투자에 목마르지만, 제대로 우리 회사를 도울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나 VC의 자금을 받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현명한 길”이라며 “실리콘밸리의 VC들처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며, 필요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등 실질적인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창업에 한 두 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연쇄 창업의 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수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온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는 “단 한 번의 창업에 대박을 터뜨리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며 “창업에 한 두 차례 실패했더라도 실패했을 때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나 구글캠퍼스, 마루180 등과 같은 민간 영역의 스타트업 지원기관들이 스케일업 환경 조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방안도 제시된다. 현재 디캠프 등은 초기 스타트업에 사무공간을 빌려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얽혀있는 기존 플레이어와 연결하거나 창업 멘토를 엮어주는 역할 등을 통해 스케일업으로 성장시키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