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현지 업체의 납품이 지연돼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기일 내 화물열차를 공급하지 못했다면, 이에 대한 지체상금(계약 지연에 따른 보상금)을 감액할 사유가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물품 대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현대로템은 코레일과 2009년 11월23일 화물용기관차 56량을 약 3,505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후 현대로템은 일본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도시바로부터 열차 부품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하면서 열차 1량당 8~40일 가량 지연해 코레일에 납품했다. 코레일은 납기를 맞추지 못한 데 따른 지체상금 약 96억7,004만원과 선금 이자 명목의 금액을 차감하고 물품대금을 지급했다.
현대로템은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인해 납기를 준수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선금이자를 공제한 것은 부당하고 지체상금도 반환돼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 국가계약법상 물가변동 계약금 조정 규정이 있으므로 계약금액을 증액하고 대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지체상금이 과다하게 산정됐다고 판단해 절반인 49억2,353만원만 인정했다. 반면 2심은 도시바 관련 문제 이외에 다른 지연사유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지체상금은 감액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 증액에 대한 현대로템 측 주장을 인정해 코레일이 모두 233억9,736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도시바의 전기기관차 부품 생산 공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지체상금을 감액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 국가계약법에 따라 물가변동을 반영해 계약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국가계약법상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 조정 규정은 계약관계를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담당자 등이 지켜야할 사항을 규정한 데에 그칠 뿐”이라며 이 사건 계약금 고정 특약에는 해당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