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간 감초 기술 배워...창업, 농업으로 틀었죠"

농식품부·벤처協 '창업 인턴제'
감초유통사업단서 6개월간 근무
재배·가공서 유통방법까지 습득

벤처기업협회 ‘농식품 벤처 창업 인턴제’에 참가한 김의수씨가 감초유통사업단의 감초 재배단지에서 물을 공급하고 있다./사진제공=김의수씨

자동차 회사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하며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도중 해외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캄보디아까지 가서 창업을 준비했지만 현실을 녹록하지 않았고 결국 빈 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한국에서 다시 창업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감초유통사업단과 벤처기업협회의 ‘농식품 벤처 창업 인턴제’를 알게 됐고, 김태준 감초유통사업단과 면담을 한 뒤 인턴제를 통해 농업에 발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농식품 벤처 창업 인턴제에 참가한 김의수(29) 씨의 이야기다. 김 씨는 “농업이란 사람이 힘들게 노동해야 하는 일로만 알았기에 처음부터 창업 아이템으로 농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감초유통사업단은 생산성이 높은 사업을 추구하는 만큼 과거에 했던 개발 업무 등의 경험을 농업에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근무했던 감초유통사업단은 지난 2013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이다. 사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감초를 재배하는 것은 물론 가공·유통까지 담당하며, 감초의 국산화를 통한 6차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감초는 약재는 물론 의약품과 화장품, 식품, 조미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현재 99% 이상이 수입일 정도로 국내 생산 비중이 낮다. 김 씨는 “실습 기간 동안 감초의 생산·가공·유통에서부터 스마트팜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감초를 재배하는 기술, 상품가치가 높은 품질을 생산하고 합리적으로 노동력을 분배하는 방법 등에 대해 직접 배울 수 있었다”며 “대표가 직접 멘토링을 해준데다 창업이나 농업과 관련된 교육도 들을 수 있도록 교육비 등을 지원해주셔서 실습이 굉장히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우수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인턴 실습이 종료된 뒤에도 현재 감초유통사업단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내년 중 회사 설립에 본격 나선다. 국내산 감초를 이용한 고부가가치 소재 원료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 씨는 “농업을 전공하지 않았던 만큼 내년에 자연과학대학에 편입한 뒤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좋은 감초를 키울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며, 앞으로는 감초유통사업단과 연계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벤처 창업 인턴제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한 회사의 직원으로 속해 근무하면서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하는 만큼 일반 창업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일을 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비용까지 지급되며, 나와 직접 연관이 있는 회사에서 실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나중에 창업을 한 후 회사를 어떻게 꾸려갈 지, 앞으로 어느 분야의 인재가 필요할지, 사업은 어떤 식으로 구성해 수익을 낼 지 등을 창업에 앞서 미리 고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준 감초유통사업단 대표는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실제로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며 창업의 준비과정을 배우는 만큼 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며 “김의수 팀장의 경우 감초 재배라는 1차 산업부터 세척·절단·가공 등의 2차 산업, 유통 등 3차 산업까지 농업을 통한 사업화 과정 전반을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가의 입장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창업을 지원하며 창업가 정신을 전수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감초유통사업단은 김 씨가 창업할 회사와 기술 등을 공유하며 향후 사업화 과정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처음 창업하면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재배에 관련된 최신 기술을 전수하려고 한다”며 “하나의 회사가 더 성장하면 융합을 통해서 시장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고 웃어 보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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