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버린 심장판막…수술할까 시술할까

    가슴 절개 여부에 따라 수술·시술로 나눠
    건보 본인 부담율은 수술 50%·시술 70%
    수술은 젊고 활동량 많은 환자에게 무난
    TAVI 등 시술은 70세 이상 고령자에 유용


심장 판막이 노화하면 칼슘이 쌓여 석회화가 진행된다. 이런 변성이 계속되면 밸브 역할을 하는 소엽(小葉)들이 두껍고 딱딱해지거나 소엽끼리 들러붙으면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뿜어낼 때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혈액이 양껏 흘러나가지 못한다. 판막이 온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기도 한다.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장근육이 두꺼워지고 결국 호흡곤란·흉통·실신 등을 겪게 된다.

고장이 가장 흔한 건 심장의 혈액이 온몸으로 뿜어져 나가는 출구에 있는 대동맥판막.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의 승모판(이첨판)까지 제 기능을 못해 혈액이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역류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방치하면 몇 년 안에 사망할 수 있다. 우심실과 우심방 사이의 삼첨판, 심장과 폐동맥 사이의 폐동맥판막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성인 심장수술 10건 중 4건이 판막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 심장판막은 무척 비싸고 국산화가 이뤄진 것은 폐동맥판막 뿐이다.

◇인공판막 건보 본인부담률 수술 50%·시술 70%=대동맥판막을 구성하는 3개의 얇은 소엽이 들러붙어 좌심실에서 혈액을 뿜어낼 때 충분히 열리지 않는 것을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고 한다. 치료는 환자의 심장을 멈추고 체외순환기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상태에서 가슴을 20㎝ 안팎 열고 좌심실 근처 대동맥을 절개해 판막에 접근, 소엽을 잘라내고 인공판막 소엽을 실(봉합사)로 촘촘히 꿰매 고정시키는 봉합수술이 대세였다.

하지만 수술시간이 1시간 정도로 길고 가슴 절개부위가 회복되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리는데다 합병증 위험, 큰 흉터는 큰 부담요인이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엽을 잘라내고 소엽이 붙어있던 자리(대동맥판륜)의 석회화 부위를 매끄럽게 다듬은 뒤 대동맥 내부에 인공판막 구조물을 끼워넣는 방법(무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수술시간이 25분 안팎으로 줄고 인공판막을 꿰맬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 가슴을 6~7㎝만 절개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 건강보험에서 인공판막 비용의 50%까지 지원한다.

최근에는 수술 대신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판막 구조물을 밀어넣은 뒤 우산처럼 펼쳐 고정시키는 시술(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도 급증하고 있다.

둘 다 인공판막 구조물을 꿰매지 않고 고정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는 가슴을 절개하느냐 않느냐다. 장단점이 엇갈리고 본인부담도 꽤 차이가 난다. 그래서 환자 입장에선 수술과 시술 중 어느쪽을 선택할지 곤혹스럽다.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거나 활동량이 많은 편이라면 수술을, 그렇지 않거나 수술을 극도로 꺼린다면 시술을 선택하는 게 무난하다고 말한다.

2014년 이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600건의 봉합·무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했는데 19%가 무봉합 수술이다. 65세 미만 환자는 물론 기존 수술방법의 부담이 큰 80세 안팎 노인, 70세 이상 만성질환(당뇨병·고혈압 등) 동반자, 인공판막을 꿰매기 어려울 정도로 판막의 석회화가 진행된 경우, 아주 좁은 대동맥판륜을 가진 환자 등이 무봉합 수술 대상이다.

무봉합 수술 100례를 집도한 이승현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다른 심장혈관질환(승모판막·삼첨판막·관상동맥질환 등)을 동시에 수술할 때 전체 수술시간과 심장정지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며 “판막의 문틀에 해당하는 판막륜이 늘어나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판막폐쇄부전) 좌심실로 피가 역류하는데 직경 2.7㎝ 인공판막으로 커버할 수 있으면 이걸 쓰고, 판막륜이 이보다 크면 더 큰 인공판막 소엽을 판막륜에 꿰매주면 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가슴과 대동맥을 절개해 대동맥판막 소엽을 잘라낸 뒤 인공판막 구조물로 대체하는 수술(무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인공판막 수명 10~15년…1~2회 교체 염두에 둬야=최근 급증하고 있는 TAVI는 수면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시술하고 흉통·호흡곤란이 곧바로 사라지는 게 장점이다. 시술 당일 식사할 수 있고 평균 3일 뒤 퇴원할 수 있다. 수술부담이 큰 고령환자에게 유용하다

올해에만 TAVI 시술 100례를 집도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순환기내과 교수의 100번째 시술 환자인 75세 노인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3개 중 2개에 좁아진 부위가 있어 심근경색 예방 차원에서 3개의 스텐트(금속망)를 넣어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도 함께 받았다. 100례 시술 환자의 평균 나이는 80.6세, 총 입원기간은 평균 5.2일, 시술 후 입원기간은 2.8일이었다.

단점도 있다. 우선 비용이 부담스럽다. TAVI용 인공판막이 3,000만원쯤 하는데 건강보험 적용을 받더라도 비용의 70%를 본인부담해야 한다. 석회화돼 딱딱해진 본인의 판막을 잘라내지 않은 채 끼워넣은 인공판막 구조물이 완벽하게 펴지지 않아 틈이 생기거나 신구 판막 간 간섭으로 인공판막이 손상돼 혈전이 생길 수 있다. 도입된 지 오래 되지 않아 인공판막의 내구성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장 교수도 “인공판막 수명이 10~15년 정도라 70세 이전에 시술받을 경우 교체해야 할 수 있고, 인공판막에 칼슘이 축적되면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재발할 수 있어 정기적인 심장검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장 교수팀은 승모판을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시술(경피적 승모판막이식술·TMVR)에도 성공했다. 사타구니 대퇴정맥으로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우심방까지 집어넣은 뒤 좌우심방을 분리하는 벽(심방중격)에 구멍을 내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에 인공판막을 넣어주는데 TAVI보다 정교한 수술을 요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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