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 사고현장에 18일 밤 가스폭발화재조사관이 들어가고 있다./강릉=연합뉴스
강릉 펜션의 보일러 배관이 몸통과 분리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고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야외로 배출되어야 할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돼 일산화탄소(CO) 중독으로 학생들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이번 사고로 수능시험을 치른 고3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18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감식 과정에서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배기구는 건물 실내 2층 보일러실에 위치하고 있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 서장은 “가스보일러 배관과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는 상태였다”며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세한 원인 파악을 위해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현장 합동감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19일에는 보일러 시설과 배관을 들어내 국과수로 옮겨 정밀한 분석작업에 들어간다.
주민들은 비극적인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사고가 발생한 펜션 근처에 사는 이웃주민은 “10명이나 사고를 당해 마음이 하루 종일 안 좋더라. 시험 다 끝나고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겨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 주민은 “다 키워놓은 생떼 같은 자식 허무하게 잃은 부모 심정은 어떻겠나”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취재진과 수사 관계자들이 펜션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루자 혀를 차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18일 오후 강릉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강릉 펜션 사망사고 대책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강릉=연합뉴스
이날 오후 1시12분께 강릉시 경포의 한 펜션에서 “고3 남학생 10명이 단체숙박 중 의식을 잃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펜션 주인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 상태로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8일 오후 11시께 현재 고압산소실 치료가 종료되고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로 이송된 환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 측정한 환자들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25∼45%이었다. 정상인 3% 미만을 8배에서 15배 웃도는 수치다.
당국도 분주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후 8시30분께 사고현장을 둘러본 뒤 강릉시 농업기술센터로 이동해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미경 은평구청장을 비롯해 교육부, 경찰청, 소방청, 강릉시, 가스안전공사 등 시·당국 관계자가 참석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유가족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빠른 시일 내로 원인을 규명하고 심리치료 등 세심한 조치를 강구하자는데 회의 참석자들이 뜻을 모았다”면서 “특히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농어촌 민박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안전점검과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릉=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