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불안에 주식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를 기회 삼아 수익률을 높이는 펀드들이 있다. 채권형 펀드 중 일부 장기채 상품은 연 수익률이 10%를 넘는 경우도 있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펀드와 지수에 반대로 투자하는 인버스 펀드도 고공행진 중이다.
18일 국내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신탁’의 올해 수익률은 10.89%였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두자릿수 수익률을 거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인상했지만 내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달 2% 아래로 떨어지는 등 장기채 중심으로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인 결과다.
올해 기준금리를 세 번 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속도 조절 가능성도 채권형 펀드 강세 요인으로 전망된다. 18~19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내년 추가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시그널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경우 국내 장기채 상품의 수익률 강세가 예상된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리를 올렸지만 시장에서는 앞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한다”며 “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 둔화가 가시화되면 국내 채권금리 하락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서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만큼 FOMC가 채권형 펀드 수익률에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펀드도 증시 불황기에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일 기준 금 펀드의 한 달 수익률은 3.48%로 전체 39개 테마 펀드 중 1위를 차지했다. 금 펀드 중에서도 IBK자산운용의 ‘IBK골드마이닝증권자투자신탁’ 펀드의 수익률이 6.69%로 가장 높았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의 금 가격 상승이 펀드 수익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 가격은 17일( 현지시간) 온스당 1,251.8달러에 마감했는데 이는 4·4분기 들어 4.64% 오른 것이다. 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중 그나마 괜찮았던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감까지 내년에 높아지는 등 거시 리스크 확대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금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추가 상승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증시 부진 여파로 지수에 반대로 투자하는 인버스 펀드의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코스닥150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인버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18일 기준 올해 수익률이 15.03%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20%에 달하는 전체 주식형 펀드(-19.08%) 평균 수익률을 압도하는 것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