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에서 영화 ‘말모이’ 언론시사회가 개최됐다. 주연배우 유해진, 윤계상 그리고 연출을 맡은 엄유나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조선말 큰 사전’의 모태가 된 ‘말모이’의 탄생 비화를 영화화했다.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배우 유해진, 윤계상, 엄유나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작품의 제목인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이 한일합병 초기인 1911년에 시작했으나, 선생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로,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들이 공기나 물처럼 당연하게 쓰고 있는 우리말과 한글. 이름조차 일본식으로 바꿔야 하는 창씨개명까지 이르렀던 일제 통치 기간 동안, 우리말은 과연 누가 어떻게 지켰을까? 영화 ‘말모이’는 그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엄유나 감독은 “우연한 계기로 ‘말 모으기’ 작전에 대한 다큐를 보게 됐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 사전을 만들었던 전국에서 말을 보내준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 며 제작 계기를 전했다.
우리말을 모아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거 옥고를 치렀던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들의 ‘우리말 사전 만들기’가 큰 줄거리로 펼쳐진다.
엄 감독은 우리말과 글이 금지되었던 때, 불가능할 것만 같던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느꼈던 감동을 온전히 영화에 담고자 했다.
영화는 194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시대의 경성을 무대로 한다. 또한 말과 이름을 지키고자 일제에 맞서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로 우연히 들어가게 된 한 평범한 사람의 시선과 변화를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던 엄유나 감독의 사람 이야기는 ‘말모이’에서도 강력하다.
엄유나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유해진, 윤계상이 18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엄 감독은 “사람이 빛나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 ‘말모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잘 보였으면 했다. 관계들에서 오는 게, 관계를 완성한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전했다.
유해진과 윤계상은 우리말에 눈 뜬 까막눈 판수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으로 조우했다. ‘말모이’에서 유해진은 감옥소를 밥 먹듯 드나들다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까막눈 ‘김판수’를 연기한다. 특히 유해진은 아버지로서의 판수와 민중으로서의 판수를 동시에 보여주며 작은 울림을 선사한다.
유해진은 “‘말모이’는 참 순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컸고 그 지점에 끌렸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전했다.
윤계상은 말을 모아 나라를 지키려는 조선어학회 대표로 나선다. ‘범죄도시’ 이후 ‘말모이’를 선택해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는 “‘말모이’ 속 인물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큰 꿈을 가지고 있고, 의지도 컸다. 계속 그런 갈등의 촬영이 진행됐다. ” 며 “이 영화에 류정환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뿐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수의견’ 이후로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 윤계상, 유해진은 “드립커피가 한 방울 한 방울 모여서 진한 커피가 되듯, 계상 씨와도 그런 것 같다. 3년 만에 만나 하니까 ‘동지’란 말이 더 와닿는 것 같다. 동지 개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하며 끈끈한 우정을 내보였다.
모두가 함께 하는 ‘말모이’의 참뜻을 깨닫는 되는 판수와 정환의 동지애 외에도 이번 영화속에선 한글의 위대함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엄유나 감독은 ”우리말을 소재로 한 영화인 만큼 말맛이 살았으면 했다. 또한 우리 말이 얼마나 재밌는지 전달하고 싶어서 억양의 재미, 말 자체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우리말을 쓰자’는 주장을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저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유해진, 윤계상, 엄유나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유해진은 “직접 글을 쓰진 감독님의 생각이 한글로 전해지고, 그 한글을 카메라를 통해 연기한 거다.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맛을 고스란히 담아서, 표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한글이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어 윤계상은 “우리나라 말의 위대함, 그런 걸 느꼈다. 감정표현을 정확히 전달하는데 이만큼 좋은 말이 없지 않나 하는 자긍심을 느꼈다”고 특별한 감회를 전했다. 이어 윤계상은 “관객 분들에게 전달됐을 때, 다 중요한 말들인데 다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말모으기 작전’에 함께 하는 것으로 큰 용기를 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감동과 공감, 따뜻한 웃음이 함께하는 영화 ‘말모이’는 2019년 1월 9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