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질주 '20대 특급엔진들'

중반으로 접어든 英·伊·獨 축구리그
젊은혈기에 완숙미 더해 1위 견인

앤드루 로버트슨(왼쪽) /로이터연합뉴스

파울로 디발라 /AFP연합뉴스

파코 알카세르(왼쪽) /로이터연합뉴스

2018-2019 시즌 유럽축구리그도 어느새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이쯤 되면 순위표의 숫자에서 ‘0’은 드물어지게 마련인데 굳건히 지키고 있는 팀들이 있다. 유럽 4대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 중 패배가 없는 단 2팀, 리버풀(잉글랜드)과 유벤투스(이탈리아)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도르트문트가 16경기에서 단 1패만을 남기고 있다. 고공비행에는 남다른 추진력이 있게 마련. ‘깜짝’ 선두 리버풀, 도르트문트와 압도적 1위 유벤투스의 ‘20대 특급 엔진’을 들여다봤다.

리버풀 레프트백 ‘로버트슨’-공수 전천후 왕성한 활동

◇‘별명 부자’ 로버트슨=리버풀(14승3무)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에 승점 1점을 앞서 있다. 골잡이 모하메드 살라의 변함없는 활약과 수비 핵 버질 판다이크의 존재감도 원동력이지만 왼쪽 측면 수비수 앤드루 로버트슨(24)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애칭 ‘로보’로 흔히 불리는 그는 ‘플라잉 스코츠먼(날아다니는 스코틀랜드 사람)’ ‘핏불’ 등 별명이 여러 개다. 별명만 봐도 알 수 있듯 방전을 모르는 왕성한 에너지로 경기 시작 직후나 종료 직전이 한결같다. 공격 진영 깊숙이 오버래핑하다가도 어느새 수비 진영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 이 과정을 로봇처럼 반복하다 보면 경기는 끝나 있고 상대 감독은 혀를 내두른다. 최근 경질된 조제 모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로버트슨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진다”는 말을 남겼다.

올 시즌의 로버트슨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레프트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정식 프로가 아닌 4부리그를 전전하며 체육 교사직을 생각하던 로버트슨이다. 지난해 여름 소속팀 헐시티가 2부리그로 강등된 뒤 리버풀로 옮기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출전 시간을 늘려가더니 속도와 압박이 키워드인 리버풀 축구의 핵심 회로로 자리 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리버풀이 로버트슨의 이적료로 지불한 110억원은 ‘푼돈’ 수준이다.


유벤투스 삼각편대 균형추 ‘디발라’-호날두·만주키치 특급도우미

◇무르익은 과실처럼 성숙한 디발라=유벤투스에서 4시즌째를 맞은 파울로 디발라(25)의 플레이에서는 전에 없던 성숙미가 엿보인다. 지난 시즌 전체 26골로 에이스 구실을 했던 그는 올 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들어오면서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해야 했다. 세리에A에서 2골에 그칠 정도로 득점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득점만 줄었을 뿐 호날두와 마리오 만주키치 사이 공격 삼각편대의 균형추로서 유벤투스의 무패 행진(15승1무)을 이끌고 있다. 2위 나폴리와의 격차는 8점까지 벌어져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리오넬 메시와 함께했던 디발라는 슈퍼스타와의 공존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디발라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식지 않은 득점 감각을 뽐내고 있다. 5경기 5골로 선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를 3골 차로 쫓고 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은 “유벤투스의 핵심 톱니는 디발라다. 미드필드와 최전방의 연결 역할은 물론 무르익은 기술까지 모든 면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칭찬했다.

도르트문트 효율왕 ‘알카세르’-39분당 1골…7년만에 우승 넘봐

◇39분당 1골, ‘효율의 왕’ 알카세르=분데스리가가 바이에른 뮌헨 1강 체제라는 인식을 도르트문트는 아주 열심히 지워내고 있다. 리그 휴식기까지 2경기를 남긴 지난 16일에 이미 전반기 1위를 확정해버렸다. 8년 만의 전반기 1위다. 독일은 팀당 한 시즌 38경기의 다른 빅리그들과 달리 34경기로 운영된다. 아직은 이르지만 7년 만의 우승으로 뮌헨의 리그 7연패를 저지하는 짜릿한 장면을 팬들은 이미 반쯤 그려놓은 분위기다. 지난 시즌 뮌헨에 무려 승점 29점이나 뒤진 4위에 그쳤던 도르트문트다.

FC바르셀로나에서 영입한 원톱 파코 알카세르(25·스페인)가 복덩이다. 지난 8월 임대 형식으로 알카세르를 품은 도르트문트는 12승3무1패를 질주 중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빛을 못 보던 알카세르는 12골로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효율성이다. 469분만 뛰고도 12골을 넣어 39분당 1골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찍고 있다. 12골 중 10골이 교체 멤버로 넣은 득점이다. 19일(한국시간) 뒤셀도르프전에서도 후반에 들어가 12호 골을 터뜨렸다. 도르트문트는 최근 알카세르와 완전 영입에 사인했다. 2023년까지 그를 붙잡아둘 계획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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