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대규모 임원인사로 세대교체 단행…허수영·소진세 퇴진

롯데그룹이 19일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카드 등 식품·화학·서비스·금융 부문 30개 계열사의 정기 임원인사를 했다. 각 계열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20일과 21일에는 롯데쇼핑 등 유통과 기타 부문 20개사가 이사회를 열고 임원인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세대교체와 질적 성장 중심의 성과주의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측은 “그룹 전체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온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그룹에 혁신을 일으킬 새 인물들을 전면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그 동안 롯데 핵심계열사들의 성장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퇴진했다. 허수영 화학 비즈니스 유닛(BU) 부회장, 이재혁 식품 BU 부회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허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을 약 3조원의 영업이익(지난해 2조9297억원)을 올리는 회사로 키워낸 인물이다. 화학 업종을 그룹의 핵심으로 키워 유통 중심이던 롯데의 체질을 바꾼 것으로 평가 받는다.

허 부회장의 자리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맡는다. 신임 화학 BU장으로 선임된 김 사장은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롯데케미칼타이탄 대표를 거쳐 지난해부터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아왔다. 롯데케미칼 신임 대표로는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이 내정됐다. 임 실장은 1989년 호남석유화학에 들어온 뒤 그룹 정책본부 국제실, 롯데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 등을 역임했다.


식품BU장은 이영호 롯데푸드 사장이 맡는다. 1983년 롯데칠성음료로 입사해 생산,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2012년부터 롯데푸드 대표를 맡았다. 롯데푸드 신임 대표에는 조경수 홈푸드 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1986년 롯데제과에 입사했고 2009년 롯데푸드로 옮겨 마케팅, 파스퇴르 사업 등을 맡아왔다. 새로운 경영진으로 전열을 정비한 식품 부문은 공격적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식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아이스크림 업체인 하브모어를 인수했고 10월에는 미얀마 제빵업체 메이슨을 사들였다. 롯데는 식품 부문에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함께 그룹 핵심으로 분류돼왔던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인사를 통해 물러나게 됐다. 1977년 호텔롯데로 입사해 롯데쇼핑 창립멤버로 롯데 유통부문의 성장을 이끌었다. 롯데슈퍼, 코리아세븐 대표를 거쳐 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등을 역임했다.

부회장급 고위 인사들의 변동으로 롯데지주 실장급도 연쇄 이동을 했다. 가치경영실은 경영전략실로 명칭이 바뀌었다. HR혁신실의 윤종민 사장이 실장을 맡는다. 경영개선실장에는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부사장)이, HR혁신실장은 정부옥 롯데케미칼 폴리머사업본부장(부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최고경영자(CEO)들 면면이 확 바뀐다. 롯데칠성음료 주류BG 대표로는 롯데아사히 대표를 지냈던 김태환 해외부문장이 선임됐다. 롯데렌탈 신임 대표는 이훈기 오토렌탈본부장이 맡는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에는 이갑 대홍기획 대표가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상품, 마케팅, 기획 전문가로 롯데백화점과 롯데정책본부를 거쳐 2016년부터 대홍기획을 이끌어왔다. 이 신임대표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한 롯데면세점을 되살릴 임무를 맡게 됐다.

대홍기획 신임 대표로는 홍성현 어카운트솔루션 본부장이 선임됐다. 홍 신임 대표는 대홍기획 출신 광고전문가로 최근 8년 간 어카운트솔루션본부장을 맡아왔다. 롯데캐피탈 신임 대표에는 고정욱 롯데캐피탈 영업2본부장이 내정됐다.

여성임원은 네 명이 새로 임명됐다. 이로써 그룹 전체 여성임원은 34명이 됐다. 신임 여성임원은 윤정희 롯데첨단소재 마케팅지원팀장, 배현미 호텔롯데 브랜드표준화팀장, 조기영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담당, 배선진 롯데정보통신 PMO담당 수석이다. 기존 여성임원 중에서는 진달래 롯데칠성음료 품질안전센터장이 상무보A로 승진했다. 롯데쇼핑 등 20일 이사회를 진행하는 계열사에서도 추가로 여성임원이 선임되거나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롯데제과 인도법인인 롯데인디아의 밀란 와히(Milan Wahi) 법인장도 수익성을 개선시킨 공로로 임원으로 신임됐다. 롯데의 외국인 임원은 총 여덟 명이 됐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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